[부산=정경수 기자]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14일 정치적 텃밭인 부산에서 열린 가운데 양강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신경전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합동연설회가 열리기 전까지 김 후보, 안 후보 뿐만 아니라 천하람 후보, 황교안 후보를 각각 지지하는 당원들이 마치 대리전을 펼치듯 난타 공연을 열고 사물놀이까지 벌이는 등 경쟁적으로 기선제압에 나선 모양새다.
부산 지역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지만 부산·경남(PK)에서 개최된 이날 연설회는 향후 전당대회의 구도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가 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김 후보는 울산시장을 3번 역임했고, 안 후보는 부산 출신으로 양강 당권주자는 '정치적 홈그라운드'에서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면서 조직세를 과시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부산 갈매기'라고 강조하면서 당권주자였던 조경태 의원을 손을 맞잡고 '김조연대(김기현-조경태 연대)'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김 후보는 "저는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제 아내는 부산에서 초·중·고·대를 다 나와서 '부산 갈매기파'에 속한 사람"이라면서 "부산 지역은 선거에서 스윙보터지역으로 부산이 선전하면 전국선거를 이기는 만큼 전략적 요충지로 그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 총선을 치러야만 내년 총선을 압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부산은 당면한 '2030 엑스포'나 가덕도 신공항 조기 착공 같은 많은 현안이 있는데 그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부산 발전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오늘 조경태 부산시당위원장이 김기현 손을 잡고 부산 발전을 위해 힘 모아보겠다고 오셨다"고 '김조연대'를 소개했다. 김 후보의 목표인 결선 투표 없는 과반 승리를 위해 전통 보수층 지지세를 결집하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김조연대'에 대해 발끈했다.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에 이어 '김조연대'까지 선언하며 세과시에 나서자 안 후보 측은 "김기현 후보 본인 능력으로 홀로서기는 불가능한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김 후보만의 선명한 비전 제시 없이 중구난방 연대만 찾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의 경쟁력으로 안 후보와 함께 당원 앞에 평가받으라"고 일갈했다. 이는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김 후보와의 다자대결은 물론 양자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나온 격한 반응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도 "압도적인 총선 승리는 경쟁력 높은 당 대표만 가능하다"며 자신의 경쟁력으로 '총선 승리 적임자'를 거듭 제시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토대로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과제 수행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회장에서도 김 후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안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자들이 비표를 확보하지 못해 발표회장에 입장을 못하면서 안 후보와 천 후보 측에서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장은 각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각각의 지지자들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준석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협에서 당원들에게 공지하고 신청을 받는다는 이런 절차가 없었다"면서 "당 차원에서도 지금 이 문제가 심각한 걸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비표를 당협위원장들한테 나눠줘서 아마 김 후보 쪽으로 다 나눠준 것 같다"면서 "우리 지지자들은 거의 못들어갔다"고 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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