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전쟁 징집 피해 인천공항서 4개월째 노숙중인 러시아인들, 한국서 '난민심사' 받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5 04:00

수정 2023.02.15 04:00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4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인권단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러시아인들의 행정소송 판결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14 /사진=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4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인권단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러시아인들의 행정소송 판결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14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 중 일부가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이은신 판사는 30대 A씨 등 러시아인 3명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2명에게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판사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10월 A씨 등 2명에게 내린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한다고 명령했다. 이어 나머지 20대 러시아인 B씨가 같은 이유로 낸 청구 소송은 원고 패소로 기각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이 판사는 "징집거부가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박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며 "A씨와 B씨는 난민심사를 통해 구체적인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씨에 대해서는 "제2 국적을 가진 나라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다"라며 "난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승소한 A씨 등 2명은 지난해 10월 전쟁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에서 탈출해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이후 법무부에 난민심사를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심사 회부를 거부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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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씨 등은 현재 4개월째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대기실에서 하루에 점심 한 끼만 제공받고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는 등 사실상 노숙 생활을 했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한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변호사와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은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깝지만 일부 승소했다"라며 "전시 등 병역거부에 대해 재판부가 난민으로 인정 해 준 것으로 분석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3명 중 한 명이 기각 됐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소송 대리인들은 "일반적인 병역 기피에 대해서는 난민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고, 적어도 전시 상황에서 국제법적으로 비난 받는 침략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병역을 거부한 자에게는 난민으로 인정 할 여지가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A씨 등은 조만간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서 나와 국내로 입국하며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2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난민심사를 받게 된다.

한편 다른 러시아인 2명도 지난해 11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A씨 등과 같은 결정을 받고공항 출국장에서 생활하며 별도로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에서는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 남성은 모두 징집 대상이다. 전장에서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선언한 이후 1주일간 20만명가량이 조지아(그루지야)나 카자흐스탄 등지로 도피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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