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담도암은 한국에서 유병률이 9위로 발병 빈도가 높지 않지만 수술이 가능한 시기에 발견되기 어려운 암이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15일 담도암이 발견될 경우 수술 치료가 불가능해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담도암 환자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 2010년부터 담도암의 1차 표준치료에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10년 넘게 사용되고 있다.
그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인 임핀지(더발루맙)을 병용해 담도암에 적용하는 연구를 아스트라제네카에 제안해 지난 2015년부터 연구에 돌입했다.
오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연구팀과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담도암의 생물학적 특성과 약을 사용했을 때의 부작용 등 안전성과 초기 효능에 대해 긴밀히 논의하고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확실한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3상 연구를 진행, 더발루맙 면역항암요법의 근거가 된 임상연구 ‘TOPAZ-1’은 최근 국내 허가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번 임상은 오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진행된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설과 임상연구 사항이 설정됐기 때문에 오 교수는 TOPAZ-1 연구의 글로벌 전체 임상시험조정책임자(CPI)가 됐다.
오 교수는 "TOPAZ-1 연구가 담도암 치료에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젬시스를 뛰어넘은 성공한 글로벌 3상 연구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면서 "연구 결과, 임핀지(더발루맙) 병용요법은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률을 20% 줄인 것으로 나타났고 추가된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사망 위험률을 24%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3상 연구 착수 후 7년 만에 성과를 냈지만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연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약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또 임상연구에 포함할 국가 선정, 각 글로벌 기관별 연구자 추천부터 선택 등 3상 연구 글로벌 책임연구자(PI)로서 고려할 사항들도 많았다고 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면역항암제가 담도암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고 이를 토대로 3상 연구까지 이어져 성공적인 데이터가 나왔다"면서 "단일 국가가 아닌 글로벌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번 연구의 성공으로 담도암도 신약 개발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항암제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효과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오래 사는 환자가 많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TOPAZ-1 연구에서 2년 동안 생존 비율은 약 25%였는데, 그 기간 동안 새로운 치료 기회가 올 수 있고, 그때 환자에게 맞는 약제를 찾는다면 수명을 더욱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연구자기도 하지만 치료를 하는 의사로서, 절망적인 상황의 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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