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규정된 '임원보수 40% 이상 3년 이연제'가 핵심
당국, 장기성과 기준으로 하는지 등 살펴볼 예정
주가연동형·손실발생시 성과급 환수형 등 해외모델 거론
당국, 장기성과 기준으로 하는지 등 살펴볼 예정
주가연동형·손실발생시 성과급 환수형 등 해외모델 거론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당해연도·당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나눌 것이 아니라 최소 3년 이상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과보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당국이 은행권의 성과보수체계에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언급한 개선방향의 핵심은 "장기성과를 기준으로 하라"는 것으로 즉, '3년 이상 이연제'를 지켜 달라는 압박인 셈이다.
실제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감독규정에도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는 만큼 당국에서는 우선 은행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달 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주가연동제, 손실발생시 성과급 환수제 등을 포함해 해외 사례까지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이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언급한 "성과보수체계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취지와 원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라고 한 것의 핵심은 '3년 이상 이연제'를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임원 및 금융투자업무담당자는 업무 투자성 및 존속기간 등을 고려해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移延)하도록 돼 있다. 즉 성과보수 40% 이상은 3년 이상에 걸쳐 나눠서 받으라는 얘기다. 당국에서는 우선 각 금융사가 성과보수를 3년 이상 분할 지급했는지, 또 장기성과를 기준으로 성과보수를 산정했는지부터 살펴볼 전망이다.
이 원장이 "은행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손실가능성 및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토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금융지주가 연차보고서 등을 통해 이미 보수체계를 공시하고 있지만 시행령 위반이나 편법적으로 우회한 것이 없는지 등 꼼꼼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그동안 금융사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재산정했는지도 핵심 포인트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이연지급 기간 중 금융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하도록 돼 있다.
성과보수체계 개편은 기본적으로 '장기성과'를 기준으로 하되 회사 주가에 연동하는 방안 등 해외사례를 포함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 꾸려지는 TF에서는 해외사례까지 포함해 성과보수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걸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글로벌은행 뿐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은 성과급을 이연해서 지급하고 또 주식으로 지급하는 게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코코본드(일종의 역전환 사채)로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성과급을 덜 받게 하는 곳들도 늘었다"면서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코코본드는 기업에 불특정 사안이 생겼을 때 주식 전환이나 상환거부 조건이 부여된 회사채로, 성과급에 적용하면 '회사 주식가격이 떨어지면 액면가보다 더 적게 받도록 하는 채권'이다.
아울러 금융사에 손실이 생겼을 때 임원 성과급을 환수하는 조항(claw back)을 실효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도 성과보수체계를 손질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만큼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앞서 2021년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보험사 단기 실적주의 개선 TF'에서는 임원 성과보수체계가 단기 실적주의나 성과주의를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잠정적 결론이 나와 발족 1년6개월여 만에 성과 없이 종료된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