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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꽉 찬 대게가 부른다... 울진으로 어서오시'게'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7 04:00

수정 2023.02.17 04:00

지금 가야하는 울진여행 풀코스
크기도하지만 다리가 대나무 닮아 대게
12월부터 잡아올려 가장 맛있는 제철
이달 23일 시작해 나흘간 '대게 축제'
풍어제·보물찾기 등 즐길거리도 풍성
든든히 배 채우고 다음 코스는 매화마을
울진이 낳은 만화가 이현세 작품 한가득
힐링 명소 금강송 에코리움에서 재충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사진=GNC 제공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사진=GNC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진(경북)=이환주 기자】 붉은 악마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던 2002년은 한일월드컵의 해로 전 국민의 뇌리에 남았다. "2014년 6월에 뭐했어?"라고 누가 물으면 "뭐했더라" 생각에 잠기게 되지만 2002년 6월은 다르다. 모두 기억하는 그때 우린 광화문 광장, 혹은 술집에서 월드컵을 봤다. 많은 이가 잘 모르지만 과장을 살짝 보태자면 2002년은 '대·한·민·국'과 버금가는 전설의 캐치프레이즈가 탄생한 해이기도 하다. 바로 배우 신구가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에서 남긴 "니들이 게맛을 알어~"다. 게맛을 탐구하기 위해 2023년 2월, 경북 울진 후포항에 다녀왔다.

지금 경북 울진에 가면 속이 꽉 찬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사진부 붉은대게를 하역하는 어부들. 사진=이환주 기자
지금 경북 울진에 가면 속이 꽉 찬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사진부 붉은대게를 하역하는 어부들. 사진=이환주 기자


■울진대게, 붉은대게 취향따라 골라먹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약 1시간 거리 강릉역에 도착, 이후 차를 타고 다시 1시간20분 정도를 이동해 경북 울진에 닿았다. 첫날 점심은 동해 바다에 맞닿아 있는 '연지리 바다횟집'에서 물회를 먹었다. 도로 바로 너머 펼처진 울진 앞바다에는 수백마리의 갈매기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밥'보다 '비상(飛上)'을 꿈꾸는 갈매기가 동해 바다에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싱싱한 물회 한 사발을 맛나게 비웠다.

첫날 저녁으로 후포항 인근에 있는 '왕돌회수산'에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맛봤다. 서울에서는 대게를 1㎏ 단위 시가로 팔지만 울진에서는 1마리당 가격으로 받는다. 1마리에 4만~5만원 선으로 밑반찬을 추가해 비싸게 받는 서울보다는 40~50% 정도 저렴했다. 붉은대게 살이 담백한 맛으로 바다 향이 난다면, 울진대게는 살에서 더 단맛이 강하고 녹진했다. 처음에는 대게 다리와 씨름했지만 먹다보니 노하우도 생겼다. 대게 다리의 관절부분, 몸통 윗쪽 부분에 사선으로 3분의 2가량 가위로 자른다. 위쪽 껍질을 빼면 대게 살이 쏙 빠졌다. 대게 살을 발라 먹고 몸통에 남은 내장에 밥을 볶아 김가루를 뿌려 먹으면 여기가 바로 '울진도원'이다.
후포항 경매장에 크기별로 진열된 대게.사진=GNC 제공
후포항 경매장에 크기별로 진열된 대게.사진=GNC 제공


■2월말 4일간의 '울진 대게 축제'

대게의 '참맛'과 함께 대게의 '참뜻'도 알게 됐다. 당연히 '큰(大)게'라고 생각했지만 대게는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를 닮아 대게라고 불린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법으로 암컷 대게는 못잡게 돼 있다. 수컷 대게도 몸통이 9㎝이하면 풀어줘야 한다. 대게는 5~10월이 금어기로 본격적인 대게 잡이는 12월부터다.

둘째날 아침 8시, 후포항 울진대게 경매 현장을 찾았다. 배에서 잡아 올려진 수백마리의 울진대게가 크기별로 바닥에 진열됐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게들은 뒤집지 못하고 긴 다리를 버둥거렸다. 과거처럼 큰 소리로 가격을 외치는 대신 구매 희망자가 쪽지로 가격을 전하면 그 중 최고가에 판매가 되는 방식이다. 배 별로 판매가 되는데 이날은 울진대게 250마리가 1마리당 1만1900원에 판매됐다. 울진대게 판매가 종료되면 오전 9시부터는 붉은대게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장은 혼잡하지만 관광객이 구경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고 한다.

'니들도 게맛을 알고 싶다면'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광장에서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에 방문해 보자. 대게풍어 해원굿 등 공연 프로그램과 보물찾기 게임, 경매 참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현세 만화거리가 조성된 울진 매화마을. 사진=GNC 제공
이현세 만화거리가 조성된 울진 매화마을. 사진=GNC 제공


■숨은 명소, 이현세 만화거리

이번 울진 여행의 뜻밖의 수확은 이현세 만화거리가 있는 '매화마을'이었다. 이현세 작가는 울진 출생으로 어린시절 경주에서 살았다. 매화마을은 이현세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부모님이 살았던 동네라고 한다.

매화마을 이현세 거리는 5년 전 조성을 시작해 지금은 거리 곳곳의 벽면에 이현세의 대표 작품인 '남벌', '공포의 외인구단' 캐릭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약 1㎞로 조성된 매화거리를 속속들이 둘러보기 위해서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거리를 둘러보고 나서는 기차의 한 칸을 카페로 개조한 '남벌' 카페에서 전통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마을 안에는 이현세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과 다른 책들도 볼 수 있는 작은 도서관도 있다.

황순섭 매화리 이장은 "지난해 제1회 웹툰영화제를 시작했고 올해는 10월에 제2회 웹툰영화제를 매화마을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매화마을은 후포와 죽변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중간에 들리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매화마을을 보러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체류형 산림휴양시설인 '금강송 에코리움'. 사진=GNC 제공
체류형 산림휴양시설인 '금강송 에코리움'. 사진=GNC 제공


■금강송 에코리움에서 힐링과 재충전

울진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울진 금강송면에 있는 금강송 에코리움을 찾았다. 금강송은 다른 소나무와 달리 자라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과거 왕의 '관'으로 쓸 만큼 단단하다고 한다.

금강송 에코리움은 체류형 산림휴양시설로 금강송 테마 전시관, 금강송 치유센터, 숲체험길, 찜질방, 특산품 전시장 등을 갖췄다. 전시관의 경우 문화관광해설사를 통해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이종림 문화관광해설사는 "2014년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금강소나무 백만그루를 심고 200년 뒤에 경주에 있는 황룡사지 목탑을 짓자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해설사는 전시관에 있는 소나무로 만들어 먹던 음식인 '송기떡'의 유래도 설명해줬다. 곡식을 다 먹고 보리를 수확하기 전 가난한 사람들이 소나무 껍질에 쌀가루를 섞어 만들어 먹은 음식이 송기떡이다.
송기떡을 먹으면 변비가 생기고 항문 주위에 울형이 생기는데 변을 볼 때 피가 나기도 해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다하'는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울진대게가 아무리 맛있어도 과식은 금물.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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