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나선다.
이로 인해 첨단장비 수급이 어려워지며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발생한 중국 기업들이 생산·투자 전반에 걸쳐 타격을 받고 있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美·日·네덜란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18일 업계 및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일본·네덜란드는 중국이 첨단기술을 군사 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중 반도체 제조 장치 수출에 제한을 두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 뿐 아니라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18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또는 가펫(GAAFET)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나노 로직 반도체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생산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올해부터 5세대(G)와 무관한 일반 부품 공급까지 전면 차단하는 강경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가 중국에서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외환법 성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외환법 성령은 기업이 특정 제품·기술을 수출할 때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요구하는 법령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의견을 모아 올해 봄부터 대중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 강화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업체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의 해외 매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33%로 일본 반도체 업체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도쿄일렉트론은 2021년 3월부터 연간 매출액의 2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ASML과 니콘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차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DUV 노광장비는 불화아르곤을 광원으로 사용해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장비다. 지난해 ASML 매출액 중 중국 비중은 15%로 DUV 수출규제 시 매출액 타격이 예상된다. ASML은 네덜란드 정부의 금수 조치로 2019년부터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고 있다.
中 YMTC 공장 설립 차질·SMIC 생존 불투명
이로 인해 중국 반도체 업계의 타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유일의 낸드메모리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우한 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장비 수입이 차단되면서 완공 일정을 연기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5위인 SMIC는 ASML이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45나노 이상의 구식 프로세스 노드를 사용하고 있다. SMIC는 지난해 ASML 장비 없이도 TSMC의 7나노 프로세스 노드 기술과 맞먹는 칩을 생산해 눈길을 끌었으나, 미국 견제와 부족한 개발비를 고려할 때 SMIC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무협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도원빈 연구원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 공급망 재편은 한국이 취약한 장비·소재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수입을 제한하는 등 보복성 경제 제재에 나설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대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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