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싱어게인' 제작진의 새 프로젝트 '피크타임'이 '진화하는 서바이벌의 좋은 예'를 보여주며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5일 오후 처음 방송된 JTBC '피크타임'은 아이돌 오디션 사상 최초로 '팀전'으로 펼쳐지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데뷔 경험이 있는 아이돌들은 연차, 팬덤, 소속사, 팀명 등 계급장을 모두 내려놓고 경쟁을 벌인다. 출연진의 면면은 다양하다. 데뷔는 했지만 여전히 무대가 절실한 현역부터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가요계를 벗어났던 경력단절돌-활동중지돌-해체돌, 이제 막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든 신인들까지 매력을 가졌음에도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무대에서 원 없이 끼를 발산한다.
'피크타임'은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싱어게인'으로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제작진이 뭉쳐 만드는 '남돌 서바이벌'인 데다, 이미 데뷔했던 숨은 보석을 찾아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콘셉트가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제작진이 론칭 전부터 월드클래스 제작 스태프의 지원을 약속함과 동시에 역대 최초, 최대 규모의 글로벌 아이돌 서바이벌을 예고해 궁금증을 더했다.
첫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마건영 PD는 "코로나19 사태 속 행사와 무대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던 와중에 많은 팀들이 데뷔하고 활동을 이어왔다"라며 "그간 자신들을 알리고픈 기회가 부족했던 친구들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크타임'에 재데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룹만 출연하는 게 아니라, 세 가지 다른 섹션의 팀들이 실력만으로 (가치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기회 제공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라고 해 기획의도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밝은 전망만 있었던 건 아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부터 시작된 서바이벌 열풍이 수년간 이어지며 오디션 포맷 자체에 진부함을 느끼는 대중이 많았던 데다, 데뷔한 아이돌을 리부팅하고(KBS 2TV '더 유닛'), 팀끼리 무대로 경쟁을 벌이는(엠넷 '로드 투 킹덤') 콘셉트 역시 이미 선보인 바 있기에 신선함을 주기 부족했다.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중 역시 '피크타임'이 만들어낼 결과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예상대로 뚜껑을 연 '피크타임'에는 눈에 띄게 차별화된 요소는 없었다.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을 재조명하는 것이나,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신곡으로 대결을 펼치는(엠넷 '프로듀스 101') 건 기존 오디션에도 등장했던 형식이다. 그럼에도 방송은 지루하기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서바이벌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악마의 편집'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출연진의 안타까운 서사를 담긴 했으나, 인터뷰로만 짧게 들려줄 뿐이었다. 이로 인해 자칫 늘어지거나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른 호흡의 편집으로 커버했다.
특히 제작진은 분량 중 무대의 비중을 높이며 본질에 집중했다.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피크타임' 측이 강조한 실력에 더 눈이 갈 수 있었다. 멤버 전원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팀 11시'(배너)는 뛰어난 보컬과 칼군무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고, 2010년 데뷔했던 '팀 23시'(대국남아)는 동방신기의 '미로틱'을 완벽하게 커버하며 2세대 아이돌의 저력을 보여줬다. 과거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얼굴을 비췄던 '팀 20시'(몬트)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좋은 무대를 보여줘 '원석 찾기'라는 의도에 부합하는 팀이 많았다. 다만 탈락팀 중 아예 화면에 얼굴을 비추지 못한 그룹이 있는 점은 아쉬웠다.
재야의 고수들을 재조명하는 '싱어게인'에서 원석을 발굴하는 '피크타임'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속 비슷한 형식 역시 눈에 띄었다. '피크타임' 출연진은 각 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 '팀 1시'부터 '팀 24시'까지 새로운 팀명을 부여받았다. 이는 참가자마다 '무명가수 ~호'라는 호칭을 준 '싱어게인'의 방식과 비슷하다. 또한 1인 참가자들을 배려해 오디션을 통해 이들끼리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팀 24시'를 만드는 기획으로 변화구를 준 제작진의 재치도 돋보였다.
'피크타임'은 15일 첫 방송에서 1.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싱어게인' 시즌1 1회(3.2%) 보다 낮은 성적이다. 그러나 '피크타임' 첫 방송 종료 직후 공식 홈페이지 투표창이 열리자마자 서버가 다운되는 건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도 관련 콘텐츠가 돌아다니며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색다르진 않지만, 촘촘한 구성이 돋보인 방송 내용에도 호평이 이어져 향후 반등을 노려볼 법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제작진은 각기 처한 환경이 다른 참가팀의 상황을 고려해 의상, 안무, 편곡 등을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무대 완성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지원해 '노베이스'인 이들 역시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 실제로 다음회 예고편에서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은 뒤 몰라보게 실력을 키운 이들의 치열한 라이벌 매치가 예고돼 눈길을 끌었다. 비슷한 조건 속 트레이닝을 받은 팀들의 '진검승부'가 향후 시청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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