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민간에 역할 맡겨야"
[파이낸셜뉴스]"정부 주도로 서민금융을 늘려가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상품개발 유인은 줄어든다. 그 권한을 민간에 되돌려줘야 한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더 힘써야 한다고 연일 은행들에 회초리질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은행권 성과급·퇴직금 산정체계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데 이어 독과점 체제 해소, 사회공헌 확대까지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은행이 이를 살펴야 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 영역이 과도해진 상황에 '은행 때리기'만으로 취약차주를 구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책 강화' 지침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서민 부담이 크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대출금리를 낮추고 금융소비자 혜택을 확대했다.
우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부터 취약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또 모바일·인터넷뱅킹의 타행이체 수수료도 속속 면제했다.
은행별로 시행하는 지원책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부담이 높아진 차주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리를 인하하고 취약차주 및 중소기업을 위한 저금리 대출도 운영한다. 이 영향으로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오르는 가운데 은행권 예금·대출 금리는 하락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한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은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를 비난하고 사회공헌을 확대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더해 은행권 독과점 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사실상 협박에 나선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햇살론 대출 확대를 위해 현행 시행령상 0.03%로 규정돼 있는 은행권 출연비율을 2배로 상향하자"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 10명의 주도로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은행도 금융당국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이 예고되는 등 삽시간에 '비상'이 걸렸다. 이 TF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과제를 논의한다. 이에 대해 '노골적인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서민금융 정책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금융의 경우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품 공급 규모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역할이 비대해지면 시장에 맞는 상품을 내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융은 시장실패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도와주는 방법"이라면서 "민간 금융기관에서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잘 하지 못하면서 정책금융이 비대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책금융을) 공급하되 최소한으로 하면서 궁극적으로 민간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