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새벽 4시 15분에 워싱턴 인근 앤드루 합동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동쪽의 유럽으로 날아갔다. 이때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비서실 차장 및 개인수행 비서 한 명 등 측근을 소수만 대동했다. 백악관 기자들은 그대로 동행했으나 통상 인원(13명)보다 적은 2명만 탑승했으며 외부와 통신할 어떤 기기도 소지하지 못하도록 엄히 조치됐다.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만 발표하고 인접국인 우크라이나 방문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했다. 실제 백악관은 19일 저녁 7시에 보낸 일정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저녁 7시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폴란드로 출국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9일 새벽 3시 30분께 백악관에서 나와 우크라이나 극비 방문을 위한 일정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급유를 위해 경유한 뒤 폴란드로 들어갔다. 폴란드 남서부 제슈프까지 이동하는 1시간 정도의 비행 동안 미 공군기는 추적을 피해기 위해 무선 응답기(트랜스폰더)도 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키이우까지는 기차로 이동했으며 대략 10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현지에서 이동할 때도 대통령 리무진 대신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사용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동선에 있는 키이우 시내도 별다른 설명 없이 통제됐다. 그러나 긴 차량 행렬 이동과 헌화 등의 장면이 현지에서 목격되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면서 방문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수개월간 준비돼 출국 이틀을 앞둔 지난 17일 최종 결정됐지만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지역' 방문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안을 유지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존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은 20일 화상 브리핑에서 "각 기관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사람들만 안전 작전을 위한 계획에 개입됐다"라며 "대통령은 단계별 계획과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은 뒤에 갈지 말지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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