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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득권 압박에 꺾여 버린 '로톡' 혁신의 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1 18:20

수정 2023.02.21 18:20

서울 서초구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입구.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입구. 사진=뉴시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의 시련이 끝도 없다. 기득권을 가진 변호사단체 압박 때문이다. 로톡을 운영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는 직원 90여명 중 절반을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입주한 신사옥도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이번 주 안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남은 직원들 연봉은 일제히 동결된다.
경영진 임금도 삭감한다.

한때 미래가 창창해 보였던 신생 스타트업의 씁쓸한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14년 세상에 나온 로톡은 법률 소비자들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법률 정보가 필요한 의뢰인들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직접 플랫폼에서 찾아 사건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로톡 서비스 구조다. 리걸테크 선두주자로 각광받으며 400억원 투자금까지 모았다. 방문자 수는 지난해 2300만명까지 늘었으니 이만한 성공도 없었다.

로톡의 길을 막아선 것은 기존 변호사 업계였다. 불법 브로커라며 줄기차게 송사를 제기했다. 회사는 매번 불송치, 불기소,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갈등은 끝이 없었다. 급기야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관련 변호사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법무부는 다음 달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다. 과태료 처분 여파로 로톡 가입 변호사수는 지난해 4000명에서 지금 2000명으로 줄었다.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제2의 타다'가 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택시업계 반발로 공유차량 신생업체 타다가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그로 인한 혼란과 불편은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로톡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편리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갈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 의료계는 원격의료 봉쇄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부동산업계는 중개 플랫폼을 공격한다.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눈치만 보다 결국 기득권 편에 섰던 사례가 숱하다. 국내에서 유난히 신생 스타트업이 뿌리내리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로톡의 시련 역시 정부의 더딘 중재 탓이 크다.
산업의 기본은 소비자와 국민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한다. 신산업, 혁신 벤처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국가성장을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혁신의 싹을 지킬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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