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자립 돕는 ‘회복적 금융’ 구체화… 정책설계 정교함 높여야 [금융민주주의 2.0시대 열어라 <3>]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1 18:28

수정 2023.02.21 18:28

고용·복지 연계 정책모델 급부상
청년 재무상담 ‘서울 영테크’ 성과
수요층 통계 등 인프라 보완 필요
금융시장 정보 접근성 제고도 중요
자립 돕는 ‘회복적 금융’ 구체화… 정책설계 정교함 높여야 [금융민주주의 2.0시대 열어라 &lt;3&gt;]
오는 3월 출시를 앞둔 긴급생계비 대출은 기존 정책서민금융과 다른 점이 많다. 생계비를 빌려주는 것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다른 복지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한발 더 나아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프로그램 대상자인지도 상담해 준다. 이를 위해 상담창구에 서민금융진흥원 직원들이 상주하게 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그간 진행하던 '금융·복지 서비스'를 긴급생계비 대출과 묶어 양방향으로 확대 재정립한 것이다.


이처럼 위기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튼튼한 금융우산' 모델로 '금융민주주의 2.0'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정책금융에서 관련 대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복지와 연계한 '회복적 정책금융', 취약계층도 금융을 통해 부를 누릴 수 있는 '마중물 금융' 상품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책금융의 실효성·지속가능성을 높여 '금융민주주의 2.0'을 보다 구체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자립 돕는 '회복적 정책금융'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민주주의 2.0의 핵심은 △긴급구제금융+α의 새 정책모델 마련 △정보인프라 확충 △민간부문 역할 확대다. 물론 이를 위해선 설계의 정교함·컨트롤타워·홍보가 없는 기존의 3무(無) 정책금융을 보완하는 한편 고용·복지 서비스와 연계한 정책모델 개발, 취약차주 통계와 같은 정책금융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중장기적 해법까지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과 복지가 만난 긴급생계비 대출과 달리 서울시의 영테크 사업은 금융에 교육·재무상담이 연결된 케이스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서울시 영테크는 자산형성이 어려운 만 19~39세 서울 거주 청년에게 대면·비대면으로 금융교육은 물론 재테크 상담도 무료로 해준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영테크 사업을 구제금융에 접목해서 돈을 빌려줄 때 재무 설계나 상담을 해주면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서민금융 상품 공급 시에도 1000만원, 2000만원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상담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주들이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도록 빌린 돈을 어떻게 관리해서 갚을지까지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 인프라 보강은 과제

정책금융 설계를 위한 통합금융 데이터베이스와 통계 구축도 중장기적 과제다. 취약차주, 자영업자 대출 통계 등 정보 인프라를 보완해 정책설계의 정교함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대상 국정감사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이 주택 구입 등 부동산과 연계된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는데 1인법인(개인사업자)대출은 기업대출에 포함돼 작성돼 있다"며 가계부채 취약차주 통계누락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정책금융의 주된 수요층인 취약차주에 대한 정의나 통계도 제각각이다. 이에 조성목 원장은 "금융거래가 없는 청년들, 신용점수를 산정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대안신용평가제도를 활성화해서 신용점수가 없었더라도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자기 신용으로 돈을 빌리고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시장 정보에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금융민주주의 2.0의 중요한 축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당국뿐 아니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 중립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이 좋을 때 '주가가 더 오를 것이다'라는 정보만 줄 게 아니라 한쪽에 치우지지 않은 정보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정책들을 보완해서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다. 저소득층 대상 사전적·지속적 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제도 강화가 한 방법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제 해결적인 사후적 채무상담에서 탈피해 신용상담을 강화하고 소액채무는 개인파산보다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영국의 부채구제명령(DROs)을 참고해 즉시 면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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