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한맺힌 영혼 봉인된 영상의 재미"

연합뉴스

입력 2023.02.22 08:01

수정 2023.02.22 08:01

'흉가' 섭외과정 오싹한 에피소드…"제 취향은 양극단, 다음 작품 '휴먼드라마'"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한맺힌 영혼 봉인된 영상의 재미"
'흉가' 섭외과정 오싹한 에피소드…"제 취향은 양극단, 다음 작품 '휴먼드라마'"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마루이 비디오'의 윤준형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맺힌 영혼이 봉인된 극비 영상이 주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2023.2.22 eddie@yna.co.kr (끝)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마루이 비디오'의 윤준형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맺힌 영혼이 봉인된 극비 영상이 주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2023.2.22 eddie@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993년 서울에서 출발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부산 구포역을 700여m 앞두고 전복됐다. 78명이 숨지고, 19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였다. 철로가 땅 밑으로 꺼진 게 사고 원인이었다. 열차 안에 있던 승객들은 피할 틈도 없이 희생되고 말았다.

사고 이후 흉흉한 소문이 났다. 구포역 주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제보를 접한 방송국이 현장 취재에 나서 르포물을 만들었지만, 뜻대로 방영이 되지 않았고 영상의 존재도 미궁에 빠졌다는 말이 나왔다.

'케이-호러'(K-Horror)를 표방한 영화 '마루이 비디오'의 윤준형 감독은 22일 작품 기획 과정을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30년 전 '구포역 열차 전복사고'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도 당시 소문을 듣고서 문제의 르포물을 수소문했으나 보지를 못 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원혼이 구천을 헤맨다고 여겨지듯 구포역 주변을 기웃거리는 귀신의 정체는 진짜일까. 의문과 호기심이 커진 윤 감독은 직접 르포물 제작에 나서기로 했고, 후일 만들게 된 작품이 '목두기 비디오'(2003)다.

윤 감독은 "정말 보고 싶었던 오컬트적인 르포물을 찾아다니다 직접 만들게 됐다. 어린 마음에 너무나 보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목두기 비디오'는 여관방에서 찍힌 영상 속 흐릿한 형상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취재기를 그린다. 귀신같은 정체 모를 형상이 과거 한 가족에게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다큐멘터리 취재팀이 추적해가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장르물이다.

53분짜리 영화를 본 이들 사이에서 극 중 이야기가 '진짜 아니냐'는 말이 나오며 제작사에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급기야 경찰이 사건 실체를 파악하려 움직였다는 말까지 돌았다.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kt알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kt알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목두기 비디오'로부터 20년, 윤 감독은 '마루이 비디오'를 들고 왔다.

윤 감독은 '마루이 비디오'를 외부에 절대 공개되면 안 되는 극비 영상으로 규정했다. 사건의 진실을 담고 있으나 폭력적이고 잔인함의 수위가 높아 검찰청 자료실에 먼지가 쌓인 채 보관돼 온 영상 기록이다.

"한 맺힌 영혼의 모습이 담긴 봉인된 자료를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거라 봤죠."
작품은 이런 극비 사건 영상을 다큐 취재팀이 확보하며 시작된다.

영화는 전작 '목두기 비디오'와 서사 구조가 비슷하다.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취하되 오컬트적인 요소를 대폭 키웠다. 목두기의 매력이 '조악한 퀄리티'였다면 마루이는 전작의 영화적 질감에 세련미를 더했다. 목두기와 비교해 마루이의 제작비가 100배 가까이 많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페이크 다큐 속 장면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착각은 두 작품의 공통된 매력이다. "'목두기 비디오'에서 다하지 못한 숙제라고 할까요. 그 지점에서 '마루이 비디오'의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두 작품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전작의 디엔에이(DNA)를 후속작에 이식한 것이죠. 마치 원작의 조연 이름을 속편 주인공으로 올린 것처럼요."
윤 감독은 마루이 촬영과정에서 겪었던 오싹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작품의 주 무대가 되는 폐가를 찾고자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 와중에 작품 콘셉트에 들어맞는 3층짜리 양옥을 발견했고, 섭외에 들어갔다.

해당 주택은 오랜 시간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돼 있던 상태였는데, 주택 소유자 측을 만난 제작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양옥집을 실제 소유한 분이나 제작진이 만난 소유자의 따님 이름 모두 목두기에 나오는 극 중 캐릭터 이름과 거의 같았습니다. 다들 놀라 '멘붕'에 빠졌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빌리지는 못했습니다."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마루이 비디오'의 윤준형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맺힌 영혼이 봉인된 '극비 영상'이 주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2023.2.22 eddie@yna.co.kr (끝)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감독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마루이 비디오'의 윤준형 감독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맺힌 영혼이 봉인된 '극비 영상'이 주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2023.2.22 eddie@yna.co.kr (끝)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윤 감독은 컴퓨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문화콘텐츠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뒤늦게 작가, 연출 공부를 시작한 곳에서 만난 동료들과 '목두기 비디오'를 찍었고, 이를 계기로 영화사 기획 쪽 일에 입문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기획실장·PD로 일한 그는 2015년 '그놈이다'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며 장편영화에 데뷔했다.
이 작품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필모그래피에 미스터리물이 이어졌기 때문에 다음 작품도 비슷한 장르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전혀 다른 계획을 알렸다.


"제가 미스터리물만 만들어서 그런지 제안이 오는 시나리오도 다 그쪽 분야더라고요. 실은 저 농담도 좋아하고, 코미디 영화도 좋아해요. 취향이 양극단을 오간다고 할까요. 준비하는 작품은 휴먼드라마입니다. 이야기를 쓰면서 '그간 왜 이렇게 어두운 것만 써 왔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edd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