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주 상장자 113곳 중 작년 실적 발표 67곳의 90%가 매출 또는 순이익 적자·감소
- 올해 첫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 인하와 판매 지원 정책 쏟아내도 효과는 2~3년 뒤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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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업체들의 실적이 지난해 무더기 수렁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유·중앙기업이 토지를 사들이며 시장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경기가 회복을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실적은 역대 최악을 예상했다.
22일 경제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본토 A주에 상장된 부동산 업체 113곳 중 현재까지 실적을 예고하거나 발표한 기업은 67곳이다. 이 가운데 56%가 넘는 38곳이 전년대비 매출이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또 22곳은 2021년 이어 연속 손실을 봤다. 29곳은 흑자로 관측됐으나 이마저도 20곳은 순이익 감소를 내다봤다. 종합하면 67곳 중 90%가 매출 적자 또는 순이익 감소를 예상한 셈이다.
증권거래소는 룽성발전, 진커주식, 조이시티(다웨청), 중난건설, 화챠오청, 황팅국제, 타이허, 중톈금융, 양광청, 판하이홀딩스, 쟈카이청, 신화롄 등 손실예고 공시를 낸 부동산 업체에 잇따라 경고서한을 보냈다.
경고서한은 감독·관리서한(관련 정보 공개 등 법률·규정위반), 문의서한(회사 경영과 주식 거래에서 일부 규정 위반)과 달리, 당국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수단이며 일반적으로 상장사의 구조조정이나 상장폐지 과정에서 나타난다.
부동산 기업의 실적 하락은 코로나19와 업계 부진 영향이 가장 컸다. 24%는 비경상적 이익 감소, 21%는 관리비·이자 지출 급증, 19%는 임대료 수입이 줄어든 것을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푸젠성계의 부동산 업체 양광청은 선전증권거래소에 보낸 답변서에서 “2022년 부동산 업계 전반의 판매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고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모든 조건에서 계약 금액이 1년 전보다 70%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국유기업과 중앙기업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민영 부동산 기업이 바닥에 헤매고 있을 때 부동산 국유·중앙기업들은 토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취득하며 시장 분위기 전환을 도모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아직 냉각돼 있고 개별 기업의 실적도 떨어졌다.
국유기업인 자오상서커우의 경우 2022년 전체 매출은 3000억위안에 육박하며 업계 규모 6위로 올라섰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임대료 감면 등 조치를 취했다가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6%~63% 하락했다.
중앙기업인 중량그룹의 지원을 받는 조이시티는 “작년 4·4분기 집값이 현저히 하락하면서 회사가 처한 업계 환경을 고려해 15억위안 상당의 재고 상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준비했다”며 “(그러나)주택류 제품은 프로젝트가 위치한 지역의 전염병 통제, 시장경쟁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아 투자와 고객 수요는 약화됐다”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 정보업체 커얼루이연구센터의 팡링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시장 침체, 시장 수요와 구매력 부족으로 톱 100 부동산 기업은 올해 1월 펀드관리금액 3574억위안의 매출을 실현하는데 그쳐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회복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까지 지급시(제2급 지방행정단위) 30곳이 연이어 첫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을 인하하는 공문을 발표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점차 낙관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 근거다. 또 각 지방정부는 부동산 판매 지원 정책을 잇따라 발표 중이다.
궈하이증권의 샤레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열린 ‘2023년 춘계전략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훈풍이 계속 불 것”이라며 “작년 기저효과에 정책 완화가 겹쳐 올해는 판매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가 이월되는데 통상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빛이 스며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부동산 업체의 실적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올해는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일재경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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