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외서 37세까지 버텨" 병역면탈 도피 못막나, 안막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05:00

수정 2023.02.23 05:00

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열린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에서 검사 대상자들이 신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열린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에서 검사 대상자들이 신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해외에 거주하면서 올해 병역 제한 연령인 만 37세를 넘겨 곧 병역이 면제되는 국외 체류자가 45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문제의 경우 국민 정서와 민감하게 연결돼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관련 당국이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운동선수들 '허위 뇌전증' 치밀했던 시나리오

23일 법조계·병무청 등에 따르면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최근 병역면탈자 42명과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 5명 등 총 47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프로운동선수, 조연급 배우 등은 브로커 A씨를 통해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신체검사 등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병역면탈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면탈자들은 A씨로부터 상황에 맞는 뇌전증 환자 '시나리오'를 제공받고 119에 허위신고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는 극단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거나 신체를 고의로 훼손하는 등 병역 당국의 눈을 속이는 방식으로 면제 조건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의학 지식을 활용하고 알리바이까지 만드는 등 병역 면탈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매년 50명 안팎의 사람들이 병역면탈로 적발되고 있다. 2018년 69명이었던 병역면탈 적발자는 2019년 75명, 2020년 69명, 2021년 60명, 지난해 48명 등 5년간 총 321명에 달한다.

병역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에도 불구하고 병역면탈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서 37세까지 버티거나, 병역면탈후 '국적회복'

특히 병역법상 만 37세를 넘기면 병역이 면제된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만 37세까지 해외에 거주하며 최종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남성은 총 1만9179명이다. 올해 만 37세를 넘겨 병역면제 판정을 받게 될 해외 체류자도 4528명에 달한다.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다가 병역 제한 연령을 넘긴 뒤 다시 국적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이런 방식으로 국적을 회복한 사람은 총 70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관련 당국이 면탈 과정과 국적 회복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해 의도적인 병역 면탈 시도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국외여행 허가 위반은 사실상 해외 도피 병역면탈"이라면서 "부유층의 주된 병역면탈 수법이 돼버린 해외 도피 병역면탈을 근절할 수 있도록 병무청은 병역기피자들에 대한 제재 강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국회 국방위원실 관계자는 "병역면탈 문제는 국민정서와 아주 관련이 깊은 이슈"라며 "일부 부유층 자제들의 일탈 수준을 넘어 점점 광범위한 분야에서 교묘하게 면탈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병역당국이 더욱 경각심을 갖고 철저하게 불법 면탈을 가려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