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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황에.. 신탁사 '책임준공' 미이행사태 터지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16:12

수정 2023.02.23 16:12

책임준공 PF대출잔액 19.4배인 곳도..리스크 현실화시 '폭탄'

부동산신탁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책임준공확약이 늘어나면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연합뉴스
부동산신탁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책임준공확약이 늘어나면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부동산신탁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책임준공확약이 늘어나면서 위기시 재무부담 문제가 대두된다. 자기자본 대비 노출된 사업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다수일 뿐만 아니라 위험사례 및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에 따라선 부동산신탁사의 부채비율이 195%에 달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책임준공형 리스크 부각

23일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금융 및 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관련 높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봤다. 평소같으면 차입형이 미준공위험과 미분양위험으로 리스크가 높지만 위기 상황인 만큼 책임준공형 상품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부동산신탁사 시나리오별 부채비율 변화 /그래픽=정기현 기자
부동산신탁사 시나리오별 부채비율 변화 /그래픽=정기현 기자

책임준공형 사업에서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는 대체시공사 선정 및 신탁계정대 투입 등 대응을 해야 한다.
2016년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상품 출시 후 책임준공 기한을 이행하지 못한 사례가 없는 만큼 파장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 수석연구원은 "책임준공 기한은 준수했지만 시공사 리스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신탁사의 재무적 부담(신탁계정대 발생)이 나타난 사례가 2건 있다. 해당 부담액(신탁계정대 발생액)은 지금까지 진행된 책임준공형 전체 사업규모의 0.3%에 불과하다"면서도 "위기 상황에서의 위험은 책준형 상품이 높을 것"으로 봤다.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형 사업장에 실행된 PF 대출잔액은 많게는 19.4배에 달한다. KB부동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신영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같은 대표 부동산신탁사 기준으로도 그렇다. PF약정액 기준으로는 많게는 38배에 달한다. 부동산신탁사의 보유 자본 대비 잠재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시공사 시공능력이 열위에 있는 것도 잠재 리스크다. 2022년 전체 사업비 기준 시공능력 100위를 하회하는 시공사 중 책임준공형 사업장이 70% 수준이다.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21%는 시공능력이 500위를 하회하는 건설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책임준공형 개발사업은 PF대주 등 다수의 사업참여자들이 존재해 시공사 선정 등에 있어 부동산신탁사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준공위험을 부동산신탁사가 보완하기에 시공사 선정은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분양리스크 상승시 부채비율 84%..최대 195%

이에 그는 KB부동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신영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공정률 10%p 이상 미달, 분양률 60% 미만, 책임준공 2023년 9월 30일까지로 가정했다.

잔여 사업비는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20% 상승, 시공사 리스크 상승 및 분양 리스크 상승 시나리오에선 30% 오르는 것으로 가정했다.

KB부동산신탁 등 9곳 부동산신탁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베이스 시나리오에선 52%, 시공사리스크 상승 시나리오에선 71%로 뛴다. 분양 리스크 상승 시나리오에선 84%로 증가한다. 분양 리스크 상승 시나리오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195%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됐다.

여 수석연구원은 "시공사 대체 등에 따라 증가하는 사업비가 과거 경험적 수준을 상회한다. 책임준공형 사업에서 발생하는 신탁계정대의 부실률이 차입형 개발신탁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가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악화되는 경우에는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미이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부동산신탁사의 재무적 부담이 분석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상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형은 연대보증이 아닌 손해배상이다. 사업 문제가 생겨 생긴 손실과 관련 대주단이 부동산신탁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입증해야 한다. 사업 손실이 부동산신탁사의 배상으로 100%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책임준공형 사업이 크게 늘어난 만큼 부동산신탁사의 보유 자본 대비 잠재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생긴 사업장에서 부동산신탁사가 해결을 위해 대체 시공사를 선정할 때 공사비 증액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시행사, 신탁사가 합의해 기존 시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용을 전달, 공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기존 시공사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 시공사가 협조하지 않아 법정공방을 가면 사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대체 시공사가 대형사가 아닌 만큼 잔여 사업비 20% 이내 상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직접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사업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부분이다.
상승폭이 30%까지 가면 '디폴트'"라며 "공사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통제가 심해진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면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공사현장에서 한국인 대비 외국인의 인건비가 30~40% 수준였지만 최근 60%선까지 올라왔다.
외국인 유입을 정부차원에서 활성화해 공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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