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3월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2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23일부터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전국 1113곳 농‧축협 중 절반에 가까운 486곳에서 조합장 무제한 연임이 여전히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고, 현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깜깜이 선거’의 오명을 벗기 위한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전국 1113곳 중 486곳 ‘장기집권’ 가능…서울에는 ‘10선’ 조합장도
22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오는 3월8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3선 연임 제한 규정을 받지 않는 비상임조합장을 두고 있는 농협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1113곳 중 486곳(43.6%)에 이른다.
농협은 자본금이 2500억원 이상인 농‧축협의 조합장은 ‘비상임’, 2500억원 미만은 ‘상임’으로 구분하고 있다. 상임조합장의 경우 3선 이상 연임이 제한됐지만,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다.
이런 사유들로 인해 현재 4선 이상 농협 조합장은 전국에서 101명에 이른다. 서울의 한 지역 농협에서는 ‘10선’ 조합장이 40년 넘게 재임하고 있다. 대전의 한 농협의 ‘9선’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내리 10선에 이르게 된다.
충북과 충남의 농협에서도 ‘9선’ 조합장이, 강원 춘천과 화천, 홍천 지역 농협에는 ‘6선’ 조합장이 있다.
이처럼 농협이 비상임 조합장에 연임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수협이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1회, 상임조합장은 연임 2회로 제한한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상임조합장, 시장‧군수도 임기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비상임조합장만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번 당선되고 나면 무한정으로 할 수도 있다”라는 말도 나온다.
비상임조합장의 ‘장기집권’이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이 집중되고, 조합이 사유화된다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상임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상임직과 차이는 없지만 경영이나 집행 권한은 없다. 조합의 주요 사업은 전문경영인 역할을 하는 상임이사가 전담한다.
그러나 연임 제한이 없다보니 오래 재임하는 일부 비상임조합장은 실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상임 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의 영향력이 있었다면 경영 전반을 휘두를 수도 있다.
비상임조합장제도는 조합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지역농협의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 조합장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상은 ‘장기집권’을 통해 상임조합장과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폐단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회가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지난해 농협조합의 비상임조합장, 이사, 감사의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현직에 유리한 ‘깜깜이 선거’…직전 선거 재선율 60% 달해
선거 특성상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합장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리 예비후보기간이 없고, 13일이라는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도 없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연설회나 후보자 토론회도 없어 현직 이외 출마 예정자들은 얼굴을 알리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직 조합장은 통상 일정만 수행해도 조합원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직전 조합장 선거의 재선율은 절반을 웃돌았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재선에 성공한 조합장은 전체 1104명 중 657명(59.5%)에 달했다. 3선 이상도 274명(3선 173명‧4선 65명‧5선 25명‧6선 6명‧7선 1명‧9선 3명‧10선 1명)으로 집계됐다.
지역에서는 조합장이 되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권력자’로 인식되는 데 비해, 정작 선거는 매번 ‘깜깜이’로 진행하다 보니 예비 후보자들이 기부행위 등 불법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조합장 선거 관련 위반 행위는 총 99건(2월8일 기준)에 이른다.
이번 선거에 첫 도전하는 한 입후보 예정자는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농협이 조합원을 단순 가입자로 여기지 않고 농업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당선된다면 농협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싶다. 조합원들에게 제 목표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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