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용량은 늘리고 가격은 줄이고”...거거익선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14:22

수정 2023.02.23 17:04

엥겔지수 높은 한국, 식비 지출 줄이려는 소비자
CU는 대용량 음료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경향을 반영해 빅사이즈(340㎖) 상품군을 확대했다. BGF리테일 제공
CU는 대용량 음료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경향을 반영해 빅사이즈(340㎖) 상품군을 확대했다. BGF리테일 제공
쟈뎅은 기존 클래스 핸드드립커피 블렌드 2종의 대용량 상품을 내놓았다. 쟈뎅 제공
쟈뎅은 기존 클래스 핸드드립커피 블렌드 2종의 대용량 상품을 내놓았다. 쟈뎅 제공
원조 야쿠르트(65㎖)의 용량을 약12배 늘린 그랜드점보야쿠르트(750㎖)가 인기다. 사진은 hy 그랜드시리즈. hy 제공
원조 야쿠르트(65㎖)의 용량을 약12배 늘린 그랜드점보야쿠르트(750㎖)가 인기다. 사진은 hy 그랜드시리즈. hy 제공
“생수, 음료, 과자, 시리얼, 고기, 커피 등은 장을 보러가면 꼭 사야하는 생활 필수품인데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쌀 때 많이 사서 쟁이고 있다.”
우리나라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물가도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대용량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 ‘엥겔지수 국제 비교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는 12.8%로 미국(6.7%), 영국(9.3%), 독일(11.8%) 등 주요 3개국보다 높았다. 일본(16.3%)과 프랑스(13.9%)보다는 낮았지만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대비 한국의 상승폭은 1.4%에 달했다. 이는 주요 5개국 평균(0.9%)에 비해 높은 수치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보다 더 많이 올랐다. 엥겔지수는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화시킨 지표다. 식품기업들은 식비 지출을 아끼려 대용량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에 발맞춰 대용량 상품의 가짓수를 늘리고 있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에도 인플레이션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비자들은 ‘짠물소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보다 저렴하고, 보다 양이 많은 상품을 구매해 쟁여두는 ‘벌크업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G마켓이 지난 19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관련 상품군 거래액 중 대용량 제품의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12% 늘어났다. 같은 기간 ‘1+1’ 제품의 판매는 16% 신장했다. 오프라인에서도 '거거익선' 소비 경향이 나타났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대용량 생필품의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대용량 세제(58%), 휴지(46%), 치약(41%) 등 장기간 보관이 용이한 생필품의 매출이 치솟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은 대용량 상품군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편의점 CU는 대용량과 제로칼로리 음료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델라페 아이스드링크를 출시했다. 델라페는 연간 1억5000만개 판매고를 올리는 CU의 '효자' 자체 상표다. CU는 대용량 음료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점을 반영해 빅사이즈(340㎖) 상품군을 확대해 16종 구성을 갖췄다.

원조 야쿠르트(65㎖)의 용량을 약 12배 늘린 그랜드점보야쿠르트(750㎖)도 인기다. hy에 따르면 지난달 그랜드 야쿠르트 시리즈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0% 신장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8.3% 신장했던 그랜드야쿠르트의 매출이 대용량에 대한 소비자 수요에 힘입어 가파르게 늘었다.

hy 관계자는 "편의점 GS25에서 판매되는 그랜드야쿠르트 시리즈는 딸기, 샤인머스캣, 점보750, 투머치 등 6종"이라며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한 결과 가파른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SPC삼립이 생산하는 '추억의 과자' 누네띠네는 점보형 대용량 상품의 원조다. SPC에 따르면 대리점 채널에 입점한 누네띠네 2.5kg 제품의 매출은 지난달 전년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넉넉한 크기로 가성비를 앞세운 '착한빵' 프로모션을 열었다. 왕꽈배기 도넛, 생크림 폭탄 도넛, 츄러스로 구성된 '착한빵' 3종은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일평균 판매량은 약 9만개에 달한다. 1초에 1개씩 팔리는 셈이다.

쟈뎅도 기존 클래스 핸드드립커피 블렌드 2종의 대용량 상품을 출시했다. 기존 10개입 구성에 40개입 대용량 타입을 더했다.


쟈뎅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트렌드에 맞춰 대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드립백 제품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도록 40개입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