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대안으로 뜬 신용보험 <上>
[파이낸셜뉴스]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빚 대물림을 막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신용생명보험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빌라왕 사태'처럼 차주 사망으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 가계와 금융기관 모두 위기에 내몰리게 되는데, 보험사가 미상환액을 대신 갚아주는 신용보험이 사회적 안전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2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험이 대출자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신용 위험을 감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보험이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만일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보험회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그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해주는 상품이다. 채무자가 직접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대출기관이 단체신용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보장 범위는 사망, 장해, 질병, 비자발적 실업 등 광범위한 편이다.
대출자·여신기관 리스크 분산하는 안전장치
신용보험은 빚 대물림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개인, 특히 미성년자들을 위한 안전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신용보험이 활성화되면 빌라왕 같은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효과도 있다. 대출상품과 함께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할 경우 금리 인하하는 옵션도 추가할 수 있다. 즉, 차주, 은행, 보험업계, 국가차원의 부채관리가 용이해지는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정책적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떠오른다.
금융권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정부는 가계부채의 적정 관리를 통해 서민금융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실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신용보험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신용보험의 역사는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간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 조사, 소비자신용보험협회(CCIA) 연구와 연방소비자신용보호법(FCCPA) 제정을 거치면서 단체 보험 중심으로 발전했다. 오하이오 대학교 연구(1973)에 따르면 가입자 대부분 가입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가입자의 90%가 재가입 또는 지인 추천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단체신용생명보험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20년 기준 단체신용생명보험 신계약 가입 금액은 약3조엔(약28조원), 보유 계약은 203조엔(약2000조원)에 달한다. 보험금은 상환해야 할 채무액을 넘지 않도록 했으며, 보험료는 대출기관이 지불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채무자에 부담을 전가한다고 판단되고 있다.
미약한 존재감.. 3년간 가입액 92억원에 그쳐
반면 한국에선 국내 신용보험 시장의 존재감은 미약한 편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에 판매된 신용보험 수입보험료는 92억원(신용생명 14억원+신용손해보험 78억원)에 그쳤다. 국내 신용생명보험의 잠재적 수요를 수입보험료 기준 18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보험연구원 연구 결과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국내에선 2003년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은행 등을 통한 신용보험 판매가 허용됐지만 현재 BNP파리바 카디프생명과 메트라이프 등 단 두 생보사만 신용보험을 판매 중이다.
전문가들은 신용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긍정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최 의원이 주최한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신용보험이 소비자 후생, 대출기관의 신용리스크 감소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실증연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용보험 시장 미활성화 이유로는 대출창구에서의 판매 규제가 꼽힌다. 현재 국내에선 은행 대출창구에서 신용보험을 다른 대출상품과 이른바 '끼워팔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보호법 및 보험업법 개정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관련 개정안을 준비중인 최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부터 꾸준히 지적해온 빚의 대물림 문제,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빌라왕 사태와 고금리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생명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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