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통화정책에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
세계 대부분 중앙銀, 경기과열 기준으로 도입
파월 "물가 목표치 2%는 국제기준" 유지 시사
학계·전문가들 "2% 물가는 불합리" 비판론 고개
美 1월 소비자물가 6.4%, 연준 목표보다 크게 높아
경제붕괴 없이 물가 2%수준 되돌리기 어려울 것
세계 대부분 중앙銀, 경기과열 기준으로 도입
파월 "물가 목표치 2%는 국제기준" 유지 시사
학계·전문가들 "2% 물가는 불합리" 비판론 고개
美 1월 소비자물가 6.4%, 연준 목표보다 크게 높아
경제붕괴 없이 물가 2%수준 되돌리기 어려울 것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 억제를 위해 다음달 금리를 0.5%p 올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연준의 물가 기준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연준이 경기 과열 기준으로 삼는 물가상승률 기준(2%)이 비현실적으로 낮다며 연준이 이를 빌미로 경제가 부서질 때까지 금리를 올린다고 비난했다
■1989년 뉴질랜드서 시작된 '2%' 표준
현재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정책적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정해놓고 실제 물가가 이를 넘어가면 경기 과열로 간주,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을 흡수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앙은행들의 물가 목표 설정 관행이 1989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번졌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웰링턴빅토리아대학의 아서 그라임스 복지공공정책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물가상승률 목표 설정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경제학 박사를 딴 직후인 1980년대 후반에 뉴질랜드중앙은행에 취직했다며 당시는 은행이 정부에서 확실히 독립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라임스는 "우리는 '만약 우리가 독립을 얻으면 무엇을 목표로 잡아야 하나, 금리, 통화 공급'이라고 자문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어느 날 '뭘 해야 하나, 그럼 물가 안정을 이뤄보면 어떨까,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해보면 좋지 않을까'하고 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로런스 볼 경제학 교수는 "사람들은 2% 물가상승률 목표가 마치 성경에서 나온 줄 아는데 이건 뉴질랜드에서 발명된 개념이다"고 말했다. 이후 캐나다(1991년)와 영국(1992년), 스웨덴과 핀란드(1993년)의 중앙은행도 뉴질랜드의 목표 설정 조치를 수입했다. 미 연준은 1996년부터 이를 검토했으며 2012년 1월에 공식적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4년 보고서에서 각국 은행들이 물가 목표 설정을 도입하면 안정적인 통화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가 통화정책에서 명목적인 구심점이 되고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당한 증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적당한 수치" 美도 2012년부터 2% 제시
뉴질랜드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 설정 초반에 유지 범위를 2.5~4.5%로 잡았다가 결국 0~2%로 정했다. 이후 다른 중앙은행들도 덩달아 2%를 경기 과열 기준으로 설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4일 보도에서 2%라는 기준에 대해 당시 뉴질랜드 재무 장관이었던 로저 더글라스가 자의적으로 고른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자신이 보기에 낮아 보이는 수치를 설정했다고 추정했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조시 비벤스 연구실장도 CNBC에 2%가 "다소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공식 물가 목표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2%를 꺼내들었다. 이후 재닛 옐런을 포함한 역대 연준 의장들 모두 2% 기준을 고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대담에서 물가상승률 목표를 왜 2%로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국제 기준"이라며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경제지 포천은 지난해 12월 13일 보도에서 연준이 물가하락을 걱정해 물가 목표를 2% 아래로 내릴 수 없다고 진단했다. 포천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던 2020년만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1%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2020년 8월 당시 물가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를 걱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를 넘겨도 어느 정도 내버려두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지금보다 낮추면 그만큼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신속하게 금리를 올려 시장의 돈줄을 잠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준이 실제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조치는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 물가하락과 소비위축,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 포천은 연준이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 때문에 물가 목표를 더 낮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2% 물가는 과도, 3~4%까지 올려야"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연준의 2% 목표가 불합리하다는 비난이 일었다. 로런스 볼을 비롯한 주요 경제학자들은 지난 2017년 6월에 연명으로 연준에 서한을 보내 물가 목표를 올리라고 촉구했다. 볼은 CNBC를 통해 "물가상승률 목표가 3~4%가 된다고 해서 2%에 비해 피해가 생긴다는 증가가 없다"고 주장했다. CNBC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며 연준 역시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4%로 연준의 물가 목표보다 크게 높았다. 연준이 정책 결정에서 주로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 또한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다. WSJ는 지난해 12월 4일 보도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등의 물가상승률이 각국의 목표치(2%) 까지 내려오려면 2025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연준이 물가상승 목표치를 2%가 아닌 3%로 설정했어야 했다"면서 "연준이 당초 물가상승 목표치를 높게 잡았다면 물가상승 및 경기침체 위험도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준이 지금 당장 목표치를 바꾼다면 앞으로도 또 바꿀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섣불리 바꿔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인 엘 에리언은 19일 인터뷰에서 연준이 "경제 붕괴 없이 물가상승률을 2% 수준까지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미국의 물가상승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변화, 견고한 고용 시장, 지정학적 위험,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연준의 물가상승 목표치가 2%가 아닌 3~4%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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