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랫폼 '로톡'과 변호사단체의 분쟁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단 로톡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정위는 23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사업자단체가 소속 사업자들에게 특정 플랫폼의 이용금지와 탈퇴를 요구하며 광고를 제한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 사례여서 더욱 주목된다.
로톡과 변협의 법적 갈등은 하나 더 남았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과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변협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관한 이의신청을 받은 경우 3개월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다음달 초 징계 취소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공정위에 이어 법무부도 로톡의 손을 들어주면 완승이다.
그렇다고 로톡 사태가 봉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변호사 징계건에 앞서 변협은 로톡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내용으로 광고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와 검찰·경찰은 모두 변협의 신고와 고발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헌재는 변협의 광고규정 개정의 일부는 위헌, 일부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변협이 일부 합헌으로 해석하고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를 강행해 결코 뜻을 굽히지 않을 태세다.
로톡이 설립 후 10여년간 변호사단체와 갈등을 빚어오는 동안 회사 경영은 엉망이 됐다. 버티다 못해 최근엔 경영난에 못 이겨 직원 50％ 감원을 목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 중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제기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변협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서도 변협은 불복소송을 제기하고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로톡이 법적 판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이래서 한국에선 혁신적 스타트업이 불가능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기존 기득권에 밀려 존폐 위기에 내몰린 로톡을 보면서 '제2의 타다' 사태가 재연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여론 동향을 의식하며 업계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의 수수방관도 도마에 올랐다. 말로만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소극적 행정이 유망기업의 씨를 말릴 수 있다. 혁신적인 업종 출현과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에 대해선 정부의 적극적 조정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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