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비싸도 ESG 제품 사는 '그린슈머'
패션업계도 소재·가공방식 친환경 열풍
패션업계도 소재·가공방식 친환경 열풍
[파이낸셜뉴스] 패션업계에도 친환경 열풍이 거세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유행과 트렌드로 의류 생산량이 늘면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기술력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산하려는 것. 패션업계는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기술력으로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그린슈머'를 적극 공략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MZ세대 65% "비싸도 ESG기업 제품 구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몇년 새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친환경' 열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가 가치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친환경 트렌드는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65%가 "더 비싸도 ESG 실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가치와 신념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패션 업계에서는 친환경 기조를 담은 제품과 마케팅을 기존보다 더욱 발빠르고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적극 선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제작 공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재활용 소재, 동물 가죽 대체 소재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기술력을 더해 지속가능성의 가치에 동참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늘고 있다.
최근 패션계 내에서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폐수를 줄이는 친환경 염색 공법 '가먼트 다잉'이다. 전 세계 폐수의 약 20%가 의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특히 섬유 염색 과정에서는 더 많은 물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먼트 다잉은 전체 원단이 아닌 필요한 제품에만 염색해 의류 제작 과정에서 물과 염료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의류 생산 과정의 폐수를 크게 줄여준다.
친환경 염색공법 활용 다양한 브랜드 등장
국내에서는 올 초부터 '가먼트 다잉' 공법을 활용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모달, 텐셀 등 친환경 소재, 리사이클 소재 등 친환경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스타일리시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웨어'는 올 2월 가먼트 다잉 기법을 적용한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BYN블랙야크가 전개하는 친환경 어반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는 지난 1월 공정무역 면(BCI 코튼) 소재와 가먼트 다잉을 적용한 스타디움 아우터 2종을 출시했고,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공법과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패션 플랫폼 W컨셉 역시 자체 브랜드 '에디션비'를 친환경 패션 브랜드로 리뉴얼했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그린슈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패션기업들도 늘고 있다.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한 원단으로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주 고객인 유아동복 업계는 리사이클 소재 활용에 더욱 적극적이다.
한세엠케이의 유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은 자원 낭비를 막고 다시 활용하자는 의미를 담아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하는 '리리'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가 출시한 신학기 책가방도 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를 적용하고 친환경 발수코팅제를 사용해 친환경 가치를 담았다.
동물가죽 대신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비건 가죽 제품을 선보이는 패션 기업도 주목 받고 있다. 국내에선 1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순방길에 비건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들면서 더욱 관심이 뜨겁다. 김 여사가 든 가방은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 할리케이 제품으로 커피 자루와 한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이밖에 비건 패션브랜드 '마르헨제이'는 가방, 샌들 등 애플레더로 만든 패션 아이템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애플레더는 잼, 주스 등을 생산하고 남은 껍질과 씨앗 등으로 만든다. 핸드백 잡화 브랜드 에스콰이아 컬렉션도 지난해 11월 한지 기반 식물성 가죽 '하운지'로 만든 비건 백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와 공법을 적극 활용한 친환경 제품 출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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