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대들이 '마약 유통'..밑바닥까지 중독된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5 05:00

수정 2023.02.25 05:00

연예인 등 특정 계층의 일탈행위였던 마약
유흥업소 중심으로 일반인까지 급속 확산
한국사회가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연령대, 직종을 가리지 않고 마약이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뉴스1
한국사회가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연령대, 직종을 가리지 않고 마약이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A씨가 대마에 이어 프로포폴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A씨가 미국에서 입국한 직후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소변에서 대마만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통보받은 바 있다. 당시 프로포폴은 '음성' 반응이 나왔었다. A씨에 대한 경찰 조사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시작됐다.

연령·직종 가리지 않고 깊숙이 파고든 마약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마약류 밀수 단속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마약류 밀수 단속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마약이 연령대, 직종을 가리지 않고 깊숙이 파고들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이 역대 최다를 기록할 만큼 마약이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마약류 범죄가 클럽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2030세대 마약사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따라 수사당국의 마약사범 검거 만큼이나 사전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387명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1년 1만626명 대비 16.5% 증가했다. 또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검거된 2020년(1만2209명)을 뛰어넘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경찰청은 마약 범죄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특별단속에 나섰다. 마약 유통·투약 사범 570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791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흥업소 적발 마약사범 11배 급증

특히 클럽·유흥업소 일대 마약류 사범이 크게 늘었다. 이번 단속에서 유흥업소 적발 마약사범은 377명으로 전년 동기(33명) 대비 11배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유흥업소들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유흥업소에서 검거된 인원은 6.6%에 불과하지만, 증가세가 커 수사 당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2019년 182명이던 클럽·유흥업소 마약류 사범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454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월 경남에서는 국제우편을 통해 ‘케타민’과 ‘툭락’ 등 마약류를 초콜릿으로 위장해 밀반입한 뒤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판매·투약한 외국인 40명이 적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파티하며 마약류를 투약하는 새로운 행태의 범행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도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인터넷 마약류 사범은 총 1495명으로, 2021년 같은 기간(1072명) 대비 39.5% 증가했다.

젊은 층인 2030세대 마약 사범도 급증하는 추세다. 20대 마약류 사범 수는 2018년 1392명에서 지난해 4203명까지 늘었다. 30대 사범도 같은 기간 1804명에서 2817명으로 56.2% 증가했다. 문제는 과거 마약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던 10대 청소년층이나 미성년자 중에서도 마약 투여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대 사범도 300명 육박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적발한 약 50kg의 필로폰. /뉴스1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적발한 약 50kg의 필로폰. /뉴스1

작년 한 해 검거된 10대 사범도 294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만 14세 미성년자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필로폰 유통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 인천에서는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을 유통한 고교 3학년생 3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고자 따로 모집한 성인 중간판매책을 통해 마약류를 매입·판매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번 단속 기간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866명으로 전체 15.2%의 비중을 차지했다. 주로 공단 주변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자국민들끼리 모여 공동 투약하는 사례가 늘었다.

경찰은 급증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고자 수사 전문성 강화에 주력한다.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도 전국 시·도경찰청으로 확대 운영한고, 정보 기술 분야 전문가를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관련 법령 제·개정 및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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