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A씨는 지난해 4월15일∼16일 한 경찰서에서 두 차례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A씨는 경찰에 장애가 있다고 알렸지만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 배정, 신뢰관계인 입회 등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측은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재구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적 발달장애인과 달리 A씨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A씨가 장애인등록증을 제출하거나 별도의 편의를 요구하지 않아 비장애인에 준해 신문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A씨가 외형적으로 언어 구사 능력이 원활하더라도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 자체로서 발달장애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봤다.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에 따르면 어휘·문법 등 '형식적 언어기술'이 손상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감정적 상호성의 결함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동의 결함 △관계 발전·유지에 대한 이해 결함 등이 있으면 '자폐스펙트럼장애' 범주에 포함된다.
인권위는 이를 근거로 경찰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발달장애인법 13조는 각 경찰서가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지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들이 발달장애인을 조사 또는 심문하도록 규정한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에는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해 의사소통·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조력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게 돼 있다.
인권위는 이 사건을 "헌법 12조가 보장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한 장애인 차별"로 규정하고 해당 경찰서장에게 A씨 담당 수사관을 주의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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