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지난 24일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폭' 논란으로 하루만에 낙마했다.
정 변호사는 26일 국수본부장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까지 정 변호사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자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지원 철회 직전까지 정치권의 사퇴 압박이 거셌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같은 당 경찰 출신의 권은희 의원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에서 "학교폭력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수차례 소송을 내고 모두 패소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아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검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곽상도 전 의원,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국민께 큰 박탈감을 드렸던 '아빠 찬스'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 나아가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붕괴하게 둘 수 없다고 천 후보는 주장했다.
경찰 출신인 같은 당 권은희 의원도 SNS에 "아들의 심한 가해 사실을 알고서도, 오히려 뒷심이 돼 줬다. 법과 원칙을 집행하는 국수본부장 자격이 없다"며 "피해 학생과 가족들의 피해 치유를 위해, 경찰이 전담하는 학교폭력 수사의 엄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 신임 국수본부장의 '자녀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한마디로 드라마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맹폭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을지로위원장 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변호사 자녀의 '학폭 논란'이 정치 성향을 넘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엄청난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관련 TF를 꾸려서 학교폭력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해당 논란은 한국 사회의 권력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그 잘못마저도 덮어주는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라며 "왜 국민들이 (학폭을 다룬) '더글로리' 드라마에 열광했겠나. 상식과 정의를 저버리는 모습을 다시 갚아나가는 부분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안귀령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신임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 변호사가 과거 아들의 학교 폭력 행위를 옹호하며 소송전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신의 아들이 폭력으로 가해한 학생을 법을 이용해 다시 가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현실판 더글로리'라고 비난했다. 이은주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변호사 자녀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한마디로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창원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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