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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 이튿날 낙마…'인사 부실검증' 논란 또 불거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6 11:34

수정 2023.02.26 12:04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57) 변호사가 대통령 임명 하루 만인 25일 전격 낙마하면서 경찰과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경찰청은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공모 절차에서 사퇴의 결정적 원인인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의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두고 경찰 조직이 술렁이던 터에 부실한 인사 검증이 겹치면서 전국 3만 수사 경찰을 대표하는 국수본부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경찰청은 지난달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와 신체검사를 거친 뒤 지난 17일 종합심사를 한 결과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검사 시절 두 차례 징계를 받은 전력과 정 변호사 본인의 군 면제 논란, 장인인 옛 새누리당 조진형 전 의원의 '청목회' 사건 등이 검증됐다.


그러나 경찰청은 결격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의 추천을 받은 대통령실도 정 변호사의 아들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국수본부장에 정식 임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청은 25일 "사생활이어서 검증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의 학교폭력이 학내 문제로 그쳤다면 부실 검증 책임이 덜어질 수도 있겠지만 정 변호사가 강제전학 징계를 취소하려고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불과 4년전 소송까지 벌인 만큼 이를 경찰청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다.

이 때문에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녀 학교폭력 사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에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은 뒤늦게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며, 이른 시일 내에 새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 변호사 인사검증 과정에서 인지했던 이력을 경찰청과 대통령실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을 두고서도 추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변호사는 2017년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검찰총장에게 경고를 받았다.

2017년 4월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등 7명이 식사 자리에서 안태근 검찰국장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 감찰 결과 이 전 지검장이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이었던 정 변호사는 단순 배석자였다는 사정이 감안돼 경고 처분됐다.

경찰청은 이 전 지검장이 재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해 정 변호사의 징계 전력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특별수사본부 근무 당시에도 소속 검사 지휘 책임을 물어 경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다.

경찰청은 이 징계전력 또한 국수본부장직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력과 청력 등을 이유로 면제된 본인 병역 문제와 장인인 조 전 의원의 청목회 사건 등도 검증 대상에 올랐지만 경찰청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냈다. 조 전 의원은 2011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에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3.2.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사진=뉴스1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3.2.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사진=뉴스1
한편 정순신 변호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자녀의 학교폭력 그 자체보다는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점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아들 문제로 국민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한 유명 자립형사립고 재학 시절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좌파 빨갱이", "제주도에서 온 돼지" 등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했다가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소환돼 가장 강한 조치인 '전학' 처분을 받았다. 심지어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동급생에게도 "돼지", "더럽다" 등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공황장애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고, B군도 학교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문제일 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 변호사 부부가 아들의 징계를 취소하려고 소송전을 벌이고 학교폭력을 사과·반성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진술서를 직접 교정하고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피해 학생과 친해지려고 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의 책임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에 법적 대응을 통해 시간을 벌어 정씨는 1년이나 학교를 더 다니고 전학을 갔고, 유명 대학 입학에도 성공했다. 소송을 벌일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

이에 학교폭력 사건을 포함한 경찰 수사 전반을 총괄해야 할 국수본부장으로서는 부적격이라는 비판도 커졌다.

검사 출신으로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기자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었던 전력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지원부터 논란이 됐던 정 변호사는 임기 시작도 전에 결국 사의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해 정 변호사 임명을 취소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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