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첨가제로 활용되는 원당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식품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원당가격 최근 6년 내 최고 수준
27일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국제 원당가격 상승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원당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가파르게 오르며 최근 6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ICE거래소에서 원당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파운드(lb) 당 21.41센트로 지난해 10월 초 대비 23% 상승했다. 1월 말에는 파운드 당 21.76센트로 2016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은 주요 생산국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경우 농업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정부의 바이오연료 정책확대, 원당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공급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U역시 사탕무 재배 면적이 축소된데다 지난해 비료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상기후 등으로 수확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리오프닝도 원당 수요 증대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농업 기상여건과 정책 변수가 글로벌 수급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며 향후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3년 동안 이어진 라니냐가 올해 봄에 종료될 전망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엘니뇨 발생 확률이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원당 작황에 악영향을 끼치 우려가 있다. 실제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2017년 인도의 원당수출은 168만톤 감소한 바 있다.
여기에 브라질의 휘발유 연방세 면제조치가 2월 말 종료되는데, 추가로 연장되지 않을 경우 대체재인 에탄올의 수요가 늘면서 동일한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원당의 생산감소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아울러 EU는 '네이티코티노이드(살충제 일종) 야외 사용 금지'를 사탕무와 일부작물에 대해 임시 면제한 조치를 폐지하는 등 살충제 규제를 강화 중이다. 이로인한 작황부진과 생산량 축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호주·태국 등 의존...수입다변화 필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감속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원당 가격의 고공행진은 둔화 압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원당가격 급등으로 설탕 가격이 오르면 과자와 음료수, 빵 등 설탕을 첨가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이미 음료와 유제품의 상당수가 원당가격 등 원부자재 급등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는데, 올해도 가격인상 압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원당은 밀에 이어 국내 식품산업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이 가장 큰 품목"이라면서 "식품산업에서는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제 원당 가격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당의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수급불안에 대비해 선제적인 재고 비축이 필요해보이며, 호주와 태국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