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단계부터 변호사 선임 DB손보, 출시 하자마자 빅히트
보험사 너도나도 판매경쟁 가세
"수임비 한도 100배가량 높아 실손처럼 과다 청구 불보듯"
"감당 못할 출혈 아닌 과열경쟁 소비자들 더 많은 선택지 생겨"
보험사 너도나도 판매경쟁 가세
"수임비 한도 100배가량 높아 실손처럼 과다 청구 불보듯"
"감당 못할 출혈 아닌 과열경쟁 소비자들 더 많은 선택지 생겨"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소비자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운전자보험이 적자상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과도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을 두고 보험사들의 과열경쟁 논란이 불거진 운전자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보험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관련 상품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준비하는 보험사들은 보험사들의 보장 확대 경쟁에 따른 수혜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보험사들은 현장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벌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보험료 인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사 선임비' 보험사 갈등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23일 운전자보험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낸 이후 보험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최근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 사고로 인한 변호사비용, 경상해로 인한 상해보험금, 형사합의금 등을 증액해 판매하는 등 운전자보험 판매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판매경쟁이 불붙게 된 발단은 변호사 선임비다. 지난해 형사합의금 보장 상향 등 보장 확대에 나섰던 손보사들은 이달 들어 변호사 선임비 보장으로 전선을 옮겨갔다.
운전자보험은 상해로 인한 사망 및 각종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비용손해 등을 보장받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이 차량 손해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동차 사고 부상치료비 △운전자 벌금(대인·대물)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변호사 선임비 등이 핵심 보장으로 꼽힌다.
이중 변호사 선임비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피해자를 다치게 한 가해자가 된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D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특약을 출시한 뒤 신규가입자가 급증하자 화제가 됐다. 기존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는 경찰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 상태 또는 재판, 구속됐을 때만 비용을 보장했다.
변호사 선임비 특약이 포함된 운전자보험이 나온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운전자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60만3000건을 기록했다. 전월(39만9000건)에 비해 무려 5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보험과 달리 의무보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이처럼 신규 계약이 늘어난 것은 흔치 않다. 이에 DB손보의 배타적상품권(3개월) 기한이 지난달 26일 종료된 뒤 경쟁사들은 보장 범위가 확대된 상품을 앞다퉈 내놨다.
기존 가입금액이 2000만원이었다면 최대 5000만원을 보장하는 새로운 특약에 가입할 시 최대 7000만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업계 누적 한도를 없애고 당사 누적한도를 1억원까지 올리기도 했다.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자 금감원이 결국 지난 23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게 됐다.
■출혈경쟁 과도, 보험료 인상
일부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조치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변호사 수임비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게 주요 논리다.
실제로 교통사고 관련 변호사 자문을 받게 되면 최소 5~10만원 수임료가 발생하는데 운전자보험에서 보장하는 변호사 수임비 한도는 500만원, 1000만원 수준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변호사 수임비를 최대한 청구하고 페이백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며 "실제 치료비에 이런 저런 패키지를 넣어 보험비를 과다 청구하는 실손보험 사례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실손 보험 사례처럼 보험사들의 과도한 보장 확대 경쟁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출혈 경쟁이 감내할 수 있는 손익 이상의 상품을 파는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상황은 출혈 경쟁이 아닌 과열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의 과열 경쟁으로 이득을 보는 건 더 나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이라며 "키움증권이 저렴한 수수료로 리테일 부문에서 급성장하자 다른 증권사들이 잇따라 수수료를 인하한 사례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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