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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설상가상 美 반도체 규제, 민관 똘똘 뭉쳐 대처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6 19:47

수정 2023.02.26 19:47

中 생산품 기술 수준 제한해
보조금 받는 삼성, SK 비상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발언 중인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 /사진=뉴시스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발언 중인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몰아치는 대중국 견제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의 행보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규제범위가 광범위해지고 있고, 옥죄는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우리 기업의 타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차관은 지난주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중국에서 일정 기술수준 이상 생산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긴 했으나 파장은 만만치 않다. 그러잖아도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 유예기간 연장 문제로 미국 당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던 차였다. 이를 해결도 못하고 규제만 더 보태질 판이니 기업들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대중국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우리 기업에는 1년간 유예조치를 해줬으나, 지금 이 상태론 오는 10월부터 본격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40%, 낸드플래시 20%를 중국에서 만든다. 장비 수출제한에 이어 기술규제까지 받을 경우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첨단제품으로 공정전환을 못하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은 한물간 제품만 생산하게 된다. 당장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192단 낸드플래시를 다롄에서 양산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역시 국내에서 생산하던 200단 이상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을 세웠으나 뜻대로 안될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가동이 불가능해진다. 결국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

최악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필사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더욱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공표된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수령과 관련해 당면한 문제도 있다. 미국 정부는 28일부터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기업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규모는 총 390억달러(약 50조원)나 된다.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과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인 SK가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가드레일 조항을 지켜야 한다.

첨예해진 미·중 글로벌 패권 싸움 속에서 기업의 개별 노력은 한계가 있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우리나라 성장까지 크게 후퇴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을 넘어 제3시장으로 발을 넓혀야겠지만 당장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미국이 장비 수출유예 기간을 연장하고 기술규제 한도를 낮출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이 절실하다.
민관이 힘을 합쳐 최선의 대응책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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