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사건 판결문 보니… "부모가 어떻게든 책임 회피"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7 04:11

수정 2023.02.27 04:11

지난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이날 사퇴했다. 2023.2.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사진=뉴스1
지난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이날 사퇴했다. 2023.2.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57·사법연수원 27기) 부부가 아들의 학교폭력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아들의 진술서 내용에 개입한 정황이 나왔다.

26일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재심 판결문에는 정 변호사가 아들 정씨가 학교폭력을 저질러 강제전학 위기에 처하자 학교폭력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아들 진술서를 직접 손보고 적극 방어했다는 증언이 판결문에 기록됐다.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아들 정씨는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 A씨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지속해서 가해 이듬해 전학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아들 정씨가 교내 학교폭력으로 전학 처분 내용이 담긴 재심 결정을 받자 지난 2018년 강원도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위원회) 측에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편 판결문에 담긴 자치위 회의록 내용에 따르면 2018년 3월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에서 정씨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었던 점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정씨 부모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위원회가 사실을 오인해 전학 처분 사유가 없다면서도, 절차상 위법, 재량권을 일탈·남용 등의 위법이 있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다른 날짜의 회의록에서 정씨의 고등학교 교사는 정 변호사 부부가 진술서에 개입한 정황도 언급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부모가 정씨의 진술을 직접 지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교사는 2018년 6월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에서 정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 부모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 2차 진술서는 부모가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증언했다.

이 교사는 "부모가 많이 막고 계신다"며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다. 부모를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라고 했다.

이 회의에서 한 위원은 정씨 모친에게 "의견서 제출한 걸 읽어봤는데 아마도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시는 것 같다"며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학폭 피해자 A씨는 이 사건으로 정씨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도 받았다. 2018년 2월부터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치위 위원들은 정씨의 학교폭력을 가해학생 조치 기준상 전학·퇴학에 해당하는 '16점'으로 평가했다.

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모두 '높음'으로 평가돼 각각 3점을 받았다.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는 낮았고(3점), 화해 정도는 '전혀 없음'(4점)이었다.

다른 동급생들은 정씨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아버지를 자랑하며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교사는 아들 정씨에 대해 "본인보다 급이 높다고 판단을 하면 굉장히 잘해주고, 급이 낮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모멸감을 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습관이 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A씨가 입은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고려할 때 다른 학교폭력 행위와 비교해 결코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 정씨는 A씨 외에 다른 학생에게도 유사한 방식으로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한편 정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씨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20학년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시모집 규정에 따르면 '수능 위주 전형'(일반전형)은 수능성적을 100% 반영했다. 다만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폭력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거나 기재됐어도 감점하게 돼있어 수능성적이 높았다면 입학했을 수 있다"며 "(감점 등) 과정을 거쳤다면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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