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대유럽 원유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위해 에너지 수입을 거의 중단하는 동안 미국산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정보업체 케플러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2월 이후 해상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된 미국 원유가 전년 동기 대비 38%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케플러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미국 걸프만을 출발하는 유조선이 아시아 보다 유럽으로 더 많이 향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스페인의 구매량은 88%나 증가했다.
저널은 이 같은 대유럽 수출 증가로 미국의 원유 생산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에너지 시장에서의 위상이 커지고 지정학적으로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간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가운데 미국의 원유 증산이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S&P글로벌의 에너지 역사 전문가이자 부회장인 대니얼 예르긴은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다시 지배적인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하루 평균 원유 1190만배럴을 생산했다. 최근 미국 내 겨울 폭풍으로 정유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유 재고가 지난 5년간 평균 보다 9% 더 많은 수준으로 늘어 수출을 통해서 내보내야하는 처지가 됐다고 에너지 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의 미주 원유 이사 거스 바스케즈는 설명했다.
미국 남부의 걸프만에 원유 수출을 위한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는 가운데 미 석유생산업체들은 재투자 보다 배당금을 더 지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정부 모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 지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그레고리 브루는 미국이 계속 원유를 대량 생산하는 가운데 앞으로 유럽의 결정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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