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대행사' 최창수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연기 경력 30여년의 베테랑 배우 조성하는 자신을 '신인배우'라고 머리에 새기며 매 작품 참여한다고 이야기했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연출 이창민)가 지난 26일 16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대행사'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다.
조성하는 고아인(이보영 분)과 치열한 사내 정치 싸움을 벌이는 VC그룹 상무 최창수로 분했다. 최창수는 최고 명문대 경제학과, 공채출신, 남성 등 VC그룹 승진 3대 키워드를 모두 가진 인물로 냉철하고 수싸움에 능한 지략가다. 누구보다 라인타기를 잘하며 어떻게 빨리,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지 잘 아는 사람이다. 최창수는 VC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과 반복된 수싸움을 벌이며 '톰과 제리' 케미스트리를 발산했다. 하지만 '톰'처럼 항상 고아인의 함정에 빠지며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오피스 빌런을 그려냈다.
'대행사'는 1회 4.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8회 12.0%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더니 마지막회인 16회 16.0%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성하는 27일 오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대행사'와 관련,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조성하와의일문일답
-'대행사' 종영 소감은.
▶우려와 긴장으로 시작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랑을 주셔서 배우로서 새롭게 힘을 얻게 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 재밌게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대행사' 대본을 읽었을 때 끌린 점이 있다면.
▶고아인, 강한나(손나은 분), 조은정(전혜진 분) 여성의 이야기는 충실하게 잘 갖춰져있다. 최창수만 잘 하면 이 작품에 완성도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최창수가 원래부터 권모술수를 벌이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극 중에서 최고 명문대에 갈 정도로 1등을 해왔던 인물이다. 인생 자체를 1등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뭘 해도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머리는 좋으니까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라인을 타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일을 전혀 안하고 승진을 할 수는 없다. 일도 많이 했을거고 그러면서도 그 라인을 계속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것에 비해 제대로 된 라인이 없었다. 중요한 본질을 다지지 못한, 출세 지향적인 인간이다.
-고아인과 '톰과 제리' 케미를 발산했다. 톰처럼 계속 지기만 하는 최창수가 안타깝기도 했을 것 같은데.
▶딱 봐도 불쌍하다. 고아인은 제작팀 TF를 꾸려서 좋은 인재를 가져갔다. 카피도 2명이나 가져가고, 팀이 안정적이다. 고아인도 괜찮은 사람이다. 우리 팀 권우철 CD(김대곤 분)는 술은 잘 먹는다. 최창수 팀 부하 중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 조직적으로도 굉장히 부실하게 출발했다.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는 톰과 제리 같은 역할이었다. 몇 번의 고아인 최창수 싸움이 있었지만 더 현란한 싸움이 두 번 정도 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피튀기는 싸움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창수에게 공감했던 부분도 있나.
▶최창수는 사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사람이 쓰는 문장이 저렴하고 없어보였다. 너무 찌질해보인다. 살면서 또 연기하면서 지양하는 게 찌질함이다. 최창수는 찌질한 게 많아서 제가 다가가기 많이 힘들었던 역할이었다.
-배우 길을 걸어오면서 조직 생활 경험은 없었을 것 같다. 간접 경험은 어땠나.
▶조직 생활을 할 정도의 회사생활은 못해봤다. 사실 주변에 많이 물어봤다. 집사람이 직장을 다니니까 집사람에게 많이 물어봤다. 회사에 이런 인물이 있냐고 물어봤다. 이런 인물은 어디가나 하나씩 있다고 하더라. 최창수도 흔하고 권CD 같은 애들이 가장 흔하다고 하더라. 덜렁거리면서 얍삽하게 왔다갔다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현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이입하기 편하겠구나 생각했다.
-시청률이 마지막 회 16%까지 기록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뒤로 붙는다고 해서 속으로 기대를 했다. 그런데 4.8%로 시작했다. 앞 방송이 잘된다고 해서 뒤도 잘된다는 보장은 없구나 깨달았다. 시청자 분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으신 것 같다. 4.8%로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10%만 넘어도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 소박한 꿈을 꿨는데 수도권은 17%까지 올라갈 지는 몰랐다. 감사하다.
-1966년생으로 올해 57세다. 50의 중반을 넘기고 '대행사'에서 상무로 극을 이끌어가며 활약했다. 쉰이 넘은 중년 배우로서 생활은 어떤가.
▶버티는 게 생활이다. 40, 50세를 넘어서 배우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는 항상 선택받는 입장이다. 선택이 없을 때는 계속 다른 일을 해야했다. 많은 친구들이 대리운전이나 택배기사를 하기도 한다.
-앞서 본인 소개를 할 때 '신인배우'라고 소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즘 밀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새로운 신'(新)이다. 조금 했다고 베태랑 소리 듣는다고 우쭐해서 고민을 덜 하고 그럴까봐. 작품에 임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자, 이만큼이라도 다르게 하자, 계속해서 채찍하는 느낌으로 '신인배우'를 머리에 각인하고 다닌다. 또 '믿을 신'(信)도 필요하다. 세월이 가면서 믿음을 주는 배우가 필요하다. 나이 먹었다고 남 앞에서 어깨에 힘주고 목에 힘주고 이럴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말자, 조금 더 젊은 정신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작품할 때마다 감독님을 만나면, '이번에 무슨 역할을 해주세요' 라고 주문받는 경우가 많았다. 캐릭터를 항상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황해' 느낌 다르고, '올빼미', '성균관스캔들', '구해줘', '대행사'에서 다 다른 것들을 주문받았다. 주문 받은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다보니 다른 배우보다 캐릭터가 많은 배우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그만큼 하나로 승부를 못 봐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많은 기회를 주셔서 공부 중이다.
-'대행사'로 승부를 본 것 같다.
▶'대행사' 연출을 맡은 이창민 감독이 방송 볼 때마다 전화가 온다. '이번에 캐릭터가 너무 좋아', '형 앞으로 이런 것만 해', '이거 쭉 밀어' 이런다.(웃음) 그래도 이창민 감독과 고민해서 만들어낸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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