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비자 요건을 완화하면서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최근 1년간 관련 비자를 발급 받은 외국인 근로자 15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베트남인으로 확인됐다. 국내 조선사들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장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인구가 줄어들고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앞으로 인력난을 겪는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 관련 비자발급 외국인 1595명
1일 파이낸셜뉴스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올해 1월 조선업 관련 특정활동(E-7)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1595명 중 베트남인은 55.1%(880명)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뒤로 태국(233명), 우즈베키스탄(200명), 인도네시아(82명), 인도(56명) 순이었다. 기타 국적에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프랑스 등이 포함됐다.
직군별로는 선박도장공(533명)이 가장 많았고 용접공(500명), 선박전기원(286명), 플랜트공학기술자(276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기·플랜트공학기술자는 조선분야 외 타직종 기술자 비자 발급 건수도 포함된 수치여서 조선 부문만 따지면 이보다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E-7 비자 요건을 대폭 개선했다. 비자 심사 인력도 늘리고 심사 때 필요한 경력증명서 제출도 2년간 면제하는 등 제도 개선에 힘쓰면서 올해 1월부터 비자 발급이 급증하고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현대미포조선 법인인 현대비나신조선이 있는 등 다른 나라보다 조선업 경험이 많은 나라여서 국내 조선사들이 베트남 인력의 경험치, 성실도 등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채용 확대...기대 반 우려 반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외국인 채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조선소 인력이 1만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900명, 대우조선해양은 1500명, 삼성중공업은 1200명의 외국인을 협력사를 통해 추가 채용해 급한 불은 끈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언어·문화 차이가 있으나 E-7 비자를 받은 인력은 내국인 대비 70~80%의 능률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 능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선 3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통역 인원, 기숙사, 현지식 식단 등 지원에 나섰다.
문제는 중소 조선소 협력사 등에 외국인 미숙련 인력이 투입되면 낯선 작업 환경과 소통의 어려움, 안전 수칙 미숙지 등으로 사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이은창 연구위원은 “외국인 채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들이 타 직종으로 이직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면 기술력 승계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환 서울대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일부 문제점이 생길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민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선 등 특정 제조업에 인원 수요가 긴급한 경우 한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등 장기 체류를 지원하는 법이 필요하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제 제조업 내 이민, 다국적 문화 등을 충분히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