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현대차 생산직 채용 경쟁률이 크게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은퇴자, 공무원을 비롯해 현직자들까지 채용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10년 만에 현대차 생산직 채용 공고…"10만명 몰릴 것"
현대자동차는 오는 2일 10년 만에 신규 생산직 모집에 들어간다. 현대차의 채용 소식에 취업 준비생만이 아니라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인 본인을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사무직 재직자로 인증한 누리꾼들이 생산직 지원 관련 상담글을 올리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오는 14일까지 서류를 접수한 뒤 면접, 인적성 검사 등을 거쳐 7월 중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지원 자격은 고졸 이상 학력에 연령과 성별 제한이 없어 '무스펙 채용'에 가깝다. 2013년(100여 명) 이후 끊겼던 제조·생산직 신입 채용은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올해 총 700명(상반기 400명, 하반기 300명)의 생산직을 새로 뽑기로 합의하면서 다시 명맥이 이어졌다.
당초 현대차는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따른 생산 인력 수요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연 감소 방식으로 인력을 재조정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이번 신규 채용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그동안 모자란 인력을 협력업체 활용 등으로 채워 왔지만 최근 사내 하청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소송이 잇따른 점 또한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해석했다.
앞서 대법원 1부, 대법원 3부는 지난해 10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271명,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59명 등 총 430명이 회사를 상대로 각각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내하청 노동자 중 간접공정 노동자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 인정된다며 회사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스펙' 전형에 신입 연봉 6000만원…수험서 '불티'
네이버 카페 '독취사' 등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는 현대차 생산직 채용에 대해 "현대차 생산직 연령 차별 있을까요?" "현대차 생산직 관련 자격증" "현대차 생산직 채용 꿀팁" 등 채용과 관련된 다양한 문의글과 정보공유글이 다수 올라왔다.
취준생뿐만 아니라 현직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공무원들 진짜 많이 지원할 것 같다"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싶다" "초봉이나 업무 강도·복지 관련해서 조언 부탁드린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본인을 유명 사립대 공대 석사 출신이라고 밝힌 반도체 업계 현직자는 '워라밸'을 이유로 현대차 생산직에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차 생산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파격적인 혜택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 신입 연봉은 5000만~6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14년차 생산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 16년 차는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현대차 차량을 최고 30% 저렴하게 구입(25년 근속 후 퇴직 시 평생 25% 할인)할 수 있는 혜택도 있다. 대학 학자금도 자녀 수와 관계 없이 전액 지원받는다.
이 같은 고연봉에 정년 보장, 고정된 출퇴근 시간 등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직장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번 현대차 생산직 채용에 전국적으로 10만명 이상이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앞서 같은 그룹사인 기아가 2021년 생산직(138명 규모) 채용을 진행했을 당시 지원자 4만9432명이 몰려 약 5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워라밸' 중시 MZ세대, 에쓰오일 생산직도 주목
취준생들은 "끝판왕이 왔다"며 취업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에쓰오일은 생산직 취업 희망자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업종은 정유사 중 하나로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다. 특히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4조 2교대제를 채택하고 있어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구직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률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백대 일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생산직의 경우 4조 2교대제 등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는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최근 스마트팩토리 등 공장 자동화 등으로 작업 위험도도 개선됐으며, 사무직에 비해 정년이 비교적 안정적인 점도 대졸자나 현직자들까지 지원하게 되는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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