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식민지배 잊지 않되
안보·경제적 측면 협력 강조
안보·경제적 측면 협력 강조
윤 대통령의 기념사는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위안부나 강제징용 등 민감한 과거사 문제는 빠졌다. 반면에 양국의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일 관계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며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작금의 동북아 정세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북한은 핵을 앞세워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고, 중국은 미국을 꺾고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며 패권 경쟁의 페달을 더 세게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전통 우방인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한다. 북한과 중국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무력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안보 면에서도 이웃 일본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지배국과 피지배국이라는 양국의 과거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긴밀한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 물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핍박받은 민족의 아픔을 잊을 수는 없다. 윤 대통령도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자유를 지키는 것이 선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여러 과거사 문제가 국권침탈 1세기를 넘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성과 사과에 인색한 일본의 태도가 첫째 원인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를 설득해 최대한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는 일본과의 협력 자체가 거북할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과거에 매몰돼 있다가는 상생을 위한 기회도 놓쳐버릴 수 있다. 어쨌든 현재 시점에서 우리의 적은 일본이 아니라 같은 민족인 북한이다.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 미국과 일본도 원자폭탄까지 투하하는 적국으로 싸웠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우방이 됐다. 과거사 해결과 미래를 향한 협력을 양립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우리로서는 한쪽으로는 민족적 자존심을 잃지 말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북핵의 위협과 중국의 패권주의에 양국이 공동대응하는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군국주의의 부활로 경계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과거 역사에 파묻혀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는 것도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21세기 신제국주의의 기도는 힘의 균형을 통해 막을 수 있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오직 국익을 위해, 미래를 위해 양국 관계를 설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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