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뉴욕증시가 앞으로 20% 넘게 더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운용자산 한도를 정해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몸집을 줄이고, 감원도 진행하기로 했다.
레이 달리오 창업자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달리오는 오랜 후계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10월 브릿지워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릿지워터 최고경영자(CEO) 니어 바 디어는 1일(이하 현지시간)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직원 8%를 감원하고, 주력 투자펀드 규모도 상한을 설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바 디어는 브릿지워터가 "비용을 줄이고, 자원과 회사 구조의 능동성을 높여야만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결정에 따라 브릿지워터 주력 펀드인 퓨어알파 펀드 운용규모 한도는 700억달러로 정해졌다. 시장 변화에 좀 더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운용한도를 제한하면서 직원 100명도 내보내기로 했다.
바 디어는 메모에서 브릿지워터가 기회와 위험 두 가지를 모두 마주하고 있다면서 이 여정을 함께 할 팀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브릿지워터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지난해 주식시장 폭락세 속에서도 엄청난 실적을 기록한 시터델을 비롯한 경쟁 헤지펀드들의 선전 속에 촉발됐다. 경쟁에서 밀려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감원 등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브릿지워터 주력 펀드인 퓨어알파는 지난해 탄탄한 실적으로 출발했다. 상반기 32%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고전했고, 결국 지난해 전체 수익률은 9.5%에 그쳤다.
바 디어는 이날 브릿지워터의 새 주력 투자 포인트도 짚었다.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돌풍이 몰고 온 AI 붐과 기계학습(머신러닝)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아시아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가능성과 매수 일변도의 주식 투자 전략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바 디어는 또 그동안 자신과 함께 브릿지워터를 이끌었던 마크 베르톨리니 공동CEO가 물러나 외부 이사로 복귀한다면서 자신이 단독 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편 달리오는 물러나면서 브릿지워터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친 바 있다.
2017년 CEO에서 물러난 뒤 2020년 브릿지워터의 투자 과정을 이끌 위원회를 설치했고, 지난달에는 캐런 카리놀-탐부를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앉혔다.
이로써 브릿지워터 CIO는 그레그 젠슨, 밥 프린스, 그리고 카리놀-탐부 등 3명으로 늘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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