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각자의 자리에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이 건넨 말이다. 이날 만남에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 민경현씨부터 한국 여자골볼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서울시청 골볼팀, 패럴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의 쾌거를 이룬 탁구선수 정영아씨 등이 자리했다.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이 이뤄낸 성과는 찬란했다. 끝없는 노력을 거듭해 각 분야의 장애인은 물론 나라까지 대표하는 자리에 올라섰으니 말 다했다. 오 시장이 말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일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닌, 또 다른 장애인 대표를 만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였다. 오 시장과 박 대표는 50분 넘는 시간 대화를 나눴다. 오 시장은 때로는 논리적인 근거를 앞세워, 때로는 서울 시민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감성적 호소를 앞세워 박 대표를 설득했다. 하지만 50분이란 시간은 박 대표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돌리기엔 한참 부족했다.
결국 서울시는 최근 탈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태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탈시설 과정의 적정성과 만족도 등을 면밀히 파악해 전장연 요구의 정당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지하철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서울시가 '면밀히 파악하고 가부를 정할 테니 지하철 시위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박 대표와 전장연은 탈시설 장애인 대상 전수조사는 '표적수사'라며 이마저도 규탄하고 거부했다. 탈시설 예산은 늘려야 하지만, 행정기관의 실태조사는 안 된다는 거다. 서울시 입장에선 난감함을 넘어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출발하지 않는 지하철'과 '떼어지지 않는 전단지'로 변해 불편과 분노의 불씨가 됐다. 시민들의 지지도, 절차적 정당성도, 시위를 이어갈 명분도 잃어가고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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