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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맹탕’ 연금개혁안 내고 정부에 책임 떠넘긴 국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2 18:27

수정 2023.03.02 18:27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3대 국정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산으로 가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특위에 제출 예정인 최종 보고안을 놓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에 1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초안'을 국회에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간자문위 내 합의 도출에 실패해 '연금개혁 초안'에 못 미치는 '맹탕'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게 생겼다. 당초 1월 말까지 예정된 제출일정도 한참 밀렸다.


최종 보고서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뺀 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알맹이 빠진 뜬구름 잡기 식 보고서를 보자고 이토록 많은 시간을 허비한 건가.

그렇다고 민간자문위만 탓할 순 없다. 맹탕 보고서의 근본적인 책임은 국회에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민간자문위는 그나마 보험료율·소득대체율과 수급개시·가입상한 연령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중심으로 합의안 도출에 노력해왔다. 그런데 보험료율 상승 수치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연금특위 여야 간사가 모수개혁 대신 구조개혁을 우선 논의할 것을 민간자문위에 주문하면서 일이 꼬였다. 민간자문위 초안에도 모수개혁 관련 구체적 수치를 담지 않도록 방향을 확 틀었다. 구조개혁은 기초연금·퇴직연금·직역연금 등 다른 연금제도와의 통합 문제를 다룬다. 그만큼 모수개혁보다 논의할 견적이 훨씬 크다. 그러면서 모수개혁에 대한 역할은 정부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 국내 연금구조를 통합적으로 뜯어고치는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튼다면 모든 검토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출범한 국회 연금특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개월의 회의 끝에 나온 자문위의 결과물을 두고 개혁의 주체들은 유구무언이다. 연금개혁이 겉도는 와중에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악화일로에 빠졌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은 -8.22%로, 1년간 79조6000억원이나 손실을 봤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보고서에 대해 국회의 책임 방기를 분명히 물어야 한다. 아울러 모수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판을 키워 간다면 논의 수위와 일정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적당히 넘어가다간 맹탕 보고서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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