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4월 주세 인상에도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기업에 세금을 부담하라는 것 아닌가요?"
주류업계가 속앓이 중이다. 소주와 다르게 맥주는 세제상 물가상승률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류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가격 동결까지 요구하고 나서 세금 인상분은 오롯이 기업 부담이 됐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오비백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3사는 다음달 주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 조정이 없다고 발표했다.
맥주는 2020년부터 세금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매년 전년도 물가상승률 100%를 반영하고 있다. 종량세는 출고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매겨진 세율은 매년 4월1일부터 다음 해 3월 말까지 적용된다.
지난해 물가 상승에 따라 올해 맥주 세율은 L당 885.7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855.2원보다 L당 가격이 30.5원 오른다. 주세법 개정으로 기존 물가상승률의 100%에서 정부 재량으로 70~13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지난해 물가상승률 5.1%의 70%인 3.57%만 적용했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고려해 70%만 올렸으니 국민에겐 혜택이라는 주장을 내놨지만 인상폭은 역대 가장 컸다. 통상 주류업계는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에 반영하는데 이마저도 이번엔 올릴 수 없게 됐다.
가격 동결을 선언한 주류업계 3사는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으나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결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의 세금 정책이 역설적으로 서민 물가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병당 출고가 자체는 30원도 채 오르지 않았지만, 식당과 주점에서는 출고가 인상을 이유로 1000~2000원대 가격을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A 주류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세금만을 문제 삼지만, 기업은 원가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적자를 감안하면서까지 기업을 운영하라는 것은 오히려 강압적인 것"이라고 항변했다.
B 주류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세금을 올린 만큼 기업도 주류 가격을 인상하면 된다. 그런데 가격을 올리지 않은 건 않은 건 오히려 소비자의 체감 물가를 반영한 것"이라며 "세금 인상분을 기업이 오롯이 짊어지는 것이 역차별"이라고 했다.
한편 이미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판매되는 수입 주류 가격은 인상했다. 평균 15.9% 오른 가격이며 기린 이치방시보리, 싱하, 써머스비, 크로넨버그 1664 블랑, 파울라너 등이다. 하이네켄코리아오 일부 제품 가격도 평균 9.5% 올렸다. 인상 배경은 수입 원가 및 국내 물류비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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