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지난 대선 이후 복합쇼핑몰이 광주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광주시는 복합쇼핑몰 사업계획서 접수를 공식화했고 국내 유통 빅3 중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그룹이 제안서를 접수했다. 롯데도 복합쇼핑몰 입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뉴스1은 본격적인 '복합쇼핑몰' 유통 대전을 앞두고 지역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광주 유통사'를 연재한다.
(광주=뉴스1) 박준배 이수민 기자 = 2000년대 들어서 대한민국 유통업계는 '서비스'와 '브랜드', '콘텐츠' 경쟁이 시작됐다.
사은품과 프로모션 등 치열한 판촉 경쟁으로는 새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어느 곳이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친절한 직원이 많은지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
서비스는 양으로 측정될 수 없는 '질적 경쟁'의 영역이었다.
질적 경쟁을 위해 처음으로 VIP 고객 제도가 생겨났다. 대형 백화점들은 사용 금액이 큰 고객을 VIP로 선정해 그들 만을 위한 휴식 라운지를 운영하거나 쿠폰 등을 제공했다.
서비스 경쟁과 함께 '브랜드 경쟁'도 시작됐다. 더 차별화된 브랜드를 보유한 백화점에 손님이 몰렸다. 해외 브랜드가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오프라인 유통계의 위기는 커졌다. '온라인'이라는 강력한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오게 할 만한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유통 빅3'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롯데는 '다점포 확장' 전략을 선택했다.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이 2008년, 롯데아울렛 수완점이 2009년에 오픈했다. 전체 오프라인 시장에 롯데 계열 점포가 50%를 차지했다.
속도도 빨랐다. 도심아울렛의 등장은 부산권과 같았고 대구나 충청에 비해서는 몇 년 빨랐다.
현대는 보수적인 전략을 썼다. 새 매장을 내는 대신 기존 백화점의 리뉴얼과 인테리어 정비, 서비스 확충 등 내실을 다졌다.
신세계는 '대형 매장' 확충에 집중했다. 많은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큰 매장을 지역 중심으로 늘렸다. 2009년 신세계 센텀점이 대표적이다.
광주에서는 2015년 5월11일 '특급호텔'을 포함한 랜드마크 복합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앞두고 숙박시설이 부족한 만큼 특급호텔을 포함한 대규모 프리미엄 백화점을 준비했다.
최근 광주신세계가 추진하는 광주이마트와 옆 부지에 프리미엄 백화점을 짓겠다는 방안과 같은 안이다.
광주시와 투자 협약을 맺고 2016년 5월 기존 '광주신세계'를 복합쇼핑몰로 새로 착공해, 3년 2019년 6월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광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크고 작은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지만 고급 숙박시설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었다.
당시 지역 고급 숙박시설로는 라마다프라자·홀리데이인 등 특1급 호텔 2곳(325실)과 프라도·신양파크 등 특2급 2곳(198실)뿐이었다.
광주시는 특급호텔 건립으로 고급 숙박시설 확충은 물론 체류형 관광객 유입, KTX 호남선 개통에 따른 역외 유출 방지,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역 상인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컸다. 지역 상인들은 일찍부터 중앙 백화점 등과 경쟁을 해온 터라 대형 유통업체의 광주 진출에 강경해진 측면이 있었다.
광주신세계의 프리미엄 백화점 건립에 가장 크게 반반할 곳이 다름 아닌 바로 옆 전자상가인 금호월드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금호월드 상인들과 자영업자 연대 측은 "호텔로 가장한 쇼핑몰"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는 상생 방안을 요구했고, 여기에 정치권도 합세했다.
결국 광주시는 신세계 측에 보완을 이유로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신청'을 한차례 유보했다.
건물의 전체 면적을 줄이면서 특급 호텔의 객실 50개가 줄어들었고 주차장 규모도 줄었다.
주변 도로 교통 대책 마련과 주차장 확대, 소상공인 상생방안 용역도 요구했다.
신세계는 결국 2020년 2월 공식적으로 사업을 보류했다. 사실상 보류라는 이름의 '취소'였다.
처음으로 특급호텔 복합쇼핑몰을 제안한 지 5년 만으로, 이후 광주 유통업계는 수년간 정체됐다.
다른 지역에 복합쇼핑몰과 대형 백화점이 들어섰지만 광주는 폐쇄적으로 변했고 유통계는 광주는 신규 출점 인허가가 어려운 지역이라는 인식이 커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형 복합쇼핑몰의 광주 입점을 지역 상인들이나 정치권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광주는 당시 150만명에 달하는 국내 6대 대도시이지만 광역권으로 보면 파이가 작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체 인구만 330만명에 달하는 부산은 창원, 울산, 김해, 양산 등을 합치면 700만의 광역권을 형성했다.
대구권은 자체 230만명에 구미, 김천, 경산 등으로 320만명권이고 대전도 광주와 비슷한 150만명이지만 청주와 세종 등으로 300만명권 형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광주는 인근에 중견도시가 전무해 나주 11만, 화순 6만, 담양 4만 등 170만명에 목포 21만명을 합쳐야 겨우 200만명권 남짓했다.
여기에 교통이나 상권 축이 분산되는 등 내부적으로 대형 상업시설의 입지에 불리한 측면도 존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는 국내 유통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갔고, 중앙 백화점의 첫 지역 진출일 정도로 빠른 도시였지만 발전 속도는 더뎠고 정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는 다른 대도시권과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인데 자체적인 인구 파이도 적다는 약점이 있었다"며 "대형 유통업체들이 다른 지역보다 일찍 진출해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신규 투자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광주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투자가 늦어진 이유는 지역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지 정치권과 소상공인의 반대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체된 광주 유통업계가 다시 뜨거워진 건 2022년 2월, 대선 과정에서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수도권이나 전국 어디를 가도 복합쇼핑몰 많은데 광역시인 광주에만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복합쇼핑몰 문제를 건드렸다.
그는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어떨 때는 (원정 쇼핑을 위해) 대전도 올라간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왔다.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권리를 막느냐"고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선언했다.
민간 투자 영역인 복합쇼핑몰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논란이었지만 유통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 이후 '광주 복합쇼핑몰'이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국내 유통 빅3 모두 경쟁에 뛰어들 것을 예고했다.
신세계그룹은 어등산에 복합쇼핑몰 사업(스타필드)과 현 백화점의 개발(아트 앤 컬처 파크) 등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북구 임동에 '더 현대 광주'를 제안했다.
롯데는 아직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출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계의 복합쇼핑몰 제안에 유통계가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비자'와 '지역민'이 호응하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며 "선거 결과로 지역의 수요(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수요와 관심이 담보돼 있기 때문에 유통 빅3 모두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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