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명분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강제징용 배상 협상 과정에서 일본측 피고기업의 판결금 변제 참여 대신 제시된 해법이다.
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는 오는 6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일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로 강제징용 배상 의무가 확정된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게이단렌 회비나 기여금을 내는 형식으로 이 기금에 우회 참여하게 된다.
기금은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 양국 청년의 교류 증진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단렌의 카운터파트인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후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으나 기금 조성을 계기로 재계 창구 역할을 회복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전경련 정상화를 지원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병준 교수가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내부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양국의 대표적 재계 단체를 통한 합작 기금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난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되 일본 피고 기업들도 재단에 출연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자국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기금 조성에 동의한 만큼 향후 재단은 단독으로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 피고 기업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은 미지수다.
이번 기금 설치와 맞물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만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98년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오부치 전 총리는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이 선언을 통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 입장 표명이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화답 성격으로 읽힐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한국산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도 '패키지딜'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달 하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방일이 성사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를 찾은 뒤 약 4년 만이 된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방안도 동시 추진중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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