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얇아진 지갑에 '작은 사치'… 신상 백 대신 '키링' 달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6 18:08

수정 2023.03.06 18:08

불황형 소비 증가
고물가에 기분전환 아이템 인기
폰케이스·스트랩 등 만족감 표출
'스몰 럭셔리' 니치 향수도 불티
매출 43% 뛰어… 큰 손은 'MZ'
인디어링 래빗 키링.
인디어링 래빗 키링.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니치 향수'. 카카오스타일·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니치 향수'. 카카오스타일·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한탄이 쏟아질 정도로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불황형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면서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키링'이 새 가방을 사는 대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백화점에서는 불황형 소비의 대표 현상인 소비 양극화의 단면으로 고급 니치 향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2월 키링과 스트랩, 폰케이스 등 고가의 제품은 아니지만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액세서리류의 판매가 증가했다. 지난 1월에 비해 키링의 판매량은 45%, 스트랩은 20%, 폰케이스는 10% 늘었다. 같은 기간 '인형 키링'이라는 검색어는 3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열쇠를 끼워 보관하는 데 쓰는 고리인 키링은 본래의 목적보다 가방을 꾸미는 아이템으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불황형 소비와 레트로 트렌드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새 가방을 사는 것 대신 캐릭터 인형 키링을 가방에 매치해 포인트를 주고 기존과 다른 느낌으로 가방을 스타일링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새 가방을 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진스, 블랙핑크 등 셀럽들도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의 인형 키링으로 스타일링을 하면서 MZ세대에서 인형 키링이 적은 돈으로 기분 전환 및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작은 사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가방에 거는 인형 키링 외에도 핸드폰 스트랩과 케이스 등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액세서리 용품들을 구매하며 기분을 전환하는 소비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최근 가방이나 이어폰, 핸드폰 등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키링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레트로 트렌드에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맞물리면서 적은 돈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일종의 '불황형 소비' 형태가 인형 키링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는 극소수의 성향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 향수'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지난 2월 선물용 수요가 많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니치 향수 매출이 크게 신장한 것.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작은 사치에는 오히려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은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의 패턴이다. 업계에서는 고가의 니치 향수가 '스몰 럭셔리' 트렌드에 맞는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인기 니치 향수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13일까지 향수 브랜드 관련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3% 늘었다. 이 기간 니치 향수를 구매한 MZ세대 고객 비중은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매출 성장세를 주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스몰 럭셔리 아이템으로 잘 팔리던 립스틱 자리를 니치 향수가 대체하고 있다"면서 "니치 향수는 재구매율이 높은 품목인데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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