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해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이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교통부 등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해당 기관이 사고 차량에 장착된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종합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 유가족과 자동차 전문가들은 사고기록장치만으로는 원인 규명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어 조사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6일 관련 업계와 유가족 등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연구원 등은 급발진 의심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가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가족과 전문가들은 사고기록장치 분석만으로는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규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고로 숨진 아이 아버지 이모씨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국과수 EDR 검사 결과상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표기가 돼 있었다"며 "국토부 조사에서도 차량에서 추출한 사고기록장치 분석 기록을 근거로 결론을 낸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기록장치(EDR)란 차량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용 블랙박스를 의미한다. 사고 영상을 기록하진 않지만 사고 전 주행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변위 등의 데이터가 기록되는 장치다. 국내에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이 같은 사고기록장치 기록이 급발진 유무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이씨는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국토부에서도 예전 급발진대책위를 꾸려 민관합동조사를 했을 당시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급발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선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국내 현실에서 이 같은 사고기록장치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주는 일종의 '면죄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EDR'을 흔히 '사고 기록 장치'로 알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에어백 터지는 전개 과정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 사고 기록 장치로 변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해당 장치에서 나오는 기록이 획일적으로 비슷하다. 강릉 사고 역시 마찬가지"라며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나왔으니 운전자의 책임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고기록장치를 (급발진 의심사고 시)자동차 제조사에게 주는 면죄부라고 얘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조사 역시 이전 사례와 별 다를 것이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CCTV 등으로 본 사고 정황 상 운전자가 실수했을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고는 CCTV와 블랙박스 등 관련 영상이 굉장히 길고 정확하게 나와 있다"며 "영상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그렇게 페달을 밟지 않는다. 정황 상 운전자가 실수할 가능성은 제로(0)"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A씨(68·여)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 이모군(12)이 숨지고, A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사고로 숨진 아이 아버지 이씨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동의 청원을 신청,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해당 사고가 이슈화되면서 유력 정치인들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다수의 전문가는 사고 원인을 급발진으로 지목하고 있다”며 “비극의 실체를 규명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적 개선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자가 생명을 잃고 운전자였던 할머니가 중상을 입었는데 가해자로 입건됐다"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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