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에게 듣는다
기름값 잡아야하는 정부 입장 이해하지만 지역별 소매가 이어 도매가도 밝히라는 건 사실상 가격정책 같은 영업비밀 강제 공유
경쟁할 이유없이 강자 지배력만 키우는 꼴
정유사는 박리다매 형식으로 이윤 남겨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 가격인하 어려워
유류세 인하분 마진으로 챙긴다는 오해
공정위 조사 통해 속 시원히 밝혀졌으면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나라서 횡재세라니
국제유가에 따라 입찰 받아 국내로 들여와
영업이익 2%대, 초과이윤이라 할 수 없어
기름값 잡아야하는 정부 입장 이해하지만 지역별 소매가 이어 도매가도 밝히라는 건 사실상 가격정책 같은 영업비밀 강제 공유
경쟁할 이유없이 강자 지배력만 키우는 꼴
정유사는 박리다매 형식으로 이윤 남겨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 가격인하 어려워
유류세 인하분 마진으로 챙긴다는 오해
공정위 조사 통해 속 시원히 밝혀졌으면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나라서 횡재세라니
국제유가에 따라 입찰 받아 국내로 들여와
영업이익 2%대, 초과이윤이라 할 수 없어
대담 = 최갑천 산업IT부장
"유가 안정을 우선 순위로 둬야 하는 정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정유사의 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건 고도의 행정 포퓰리즘이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석유업계 가장 큰 이슈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유가 공개 범위를 늘리면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가운데 지배력이 강한 회사가 오히려 이를 이용해 시장을 독점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기름 가격 안정화와 정유사의 부당 이득 방지 등을 위해 제도를 시행하겠다면, 차라리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하든지, 수사기관에 고발해서 수사를 하는게 낫다"까지 했다. 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오피넷에 주간 단위로 공개하는 정유사의 사별판매가격을 지역별, 거래단계별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자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거쳐 현재는 국무총리실 규개위 테이블에 올라 있다. 지난달 24일 이미 한 차례 규개위 심의를 거쳤고 오는 10일 2차 심의에 돌입한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정유업계가 시끄럽다
▲우선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도 기름 가격에 곧바로 반영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보니, 혹시 정유사가 일련의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를 보겠다는 취지로 제안됐다. 하지만 이는 정유업계가 '국민의 어려운 처지를 무시하고 이익만을 높게 취하려는 기업'이라는 왜곡된 평가 속에서 제시된 견해다. 중요한 것은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판매 가격에는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유소는 유류세가 인하되기 전 가격으로 매입한 제품들을 모두 소비해야 유류세가 인하된 후의 가격이 적용된 제품을 구매해 팔 수 있다. 즉, 유류세 인하된 분은 소비자들의 이윤으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하고 확실한데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왜 어제 유류세를 인하했는데 오늘 주유소 기름 가격이 안 떨어지냐"라고 하는 것은 석유 유통 과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정유사가 기름값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다는 주장도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나 수사기관 등에 고발해서 수사를 해 보면 정유사가 공정한 경쟁 속에서 부당한 이익 창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격공개 확대는 윤정부의 공정과 상식, 법치에 맞지 않고 기업하기 좋은나라를 만든다는 국정방향과도 어긋난다.
―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이 정유사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팽팽하다
▲영업비밀 침해다. 지금 유가를 제품 대상별, 업체별 전국 단위로 평균 공개하고 있는 것을 지역 단위까지 공개하게 되면 정유4사 중에서 지배력이 강한 회사가 오히려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 그러다보니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가격공개를 '중대한 영업비밀'이라고 보고 이를 공표하는 것은 석유사업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기름 가격 범위를 확대하려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유가가 안정화 된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 결국 부작용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기름 가격 공개 확대를 통해 제품가격(휘발유, 경유 등)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데
▲제품 가격을 더 이상 하향할 수가 없다. 정유사들의 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에 준해서 운송비, 저유비, 품질보정비 등만 붙여 팔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매주 유가 공개를 하는 23개국 가운데 한국의 유류세 비중은 상위 10위인 반면, 기름 가격은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세금 비중은 높은데 가격이 낮다는 것은 정유사들이 그만큼 제품에 마진을 붙이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리고 사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국내에 파는 것보다 수출하는 편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 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정유산업이 국가경제의 중추산업이기 때문이다.
―기름값 구조가 깜깜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기름값이 깜깜이라는 건 결정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주유소와 정유사 사이에는 사후정산, 사후할인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는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적용된다. 하지만 주유소별 재고가 얼만큼 있느냐에 따라, 정유사에서 제품 공급을 언제 받느냐에 따라 가격은 다르게 적용된다. 이때문에 추후 할인 적용을 해주는 것이다. 사후할인은 대법원에서도 "주유소의 불이익 및 공정거래 저해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최근 가라앉았지만 횡재세 논란이 계속되는데
▲횡재세 개념은 국내 정유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횡재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재물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치열한 세계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리해서 수출 증대, 회사 이윤 등을 얻었다. 일시적인 현상에 의해서 초과 이윤이 발생했다고 치더라도, 손실 봤을 때는 보전을 전혀 안 해주면서 반대 상황에서 횡재세를 걷는 것은 맞지 않다. 기업의 존립 목적과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이윤을 가급적 많이 창출해야 회사가 연구개발(R&D)도 하고 재투자도 하고 그렇지 않겠나. 오히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주고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영국 등 여러 곳은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세계적인 유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 정세라든지 시장가격 변화에 따라 큰 이윤을 볼 수 있다. 원유를 생산하는 유전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그럴 때 횡재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도 안나와 국제 석유시장에서 입찰해서 원유를 가져오고 있어 맞지 않다. 참고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2007~2022년까지 16년간 평균 영업이익은 약 6.5%다. 같은 기간 정유업계는 2% 대에 불과하다. 도소매업 영업이익도 4.8%다. 정유업계 영업이익이 일반 제조업 영업이익의 3분의 1도 안된다는 소리다. 박리다매를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이익이 발생해야 초과 이윤이 발생했다고 하는 개념 정립도 안 된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조세법정주의에 맞지 않다.
―예측하기 어렵지만, 올해 유가 전망은
▲미국 석유정보청(EIA),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내외 전문기관에서는 배럴당 100달러에 달했던 지난해보다는 하향할 것으로 봤다. 일단 중국 리오프닝에 따라서 가격 상향 요소는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78~84달러 정도라는 게 평균적인 예측치다.
―지난해 4·4분기 정유사 실적이 가파르게 역성장했다. 올해 정유사 실적 전망은
▲지난해 대비 정유사들의 제품 수출이 10%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수출이 감소 되면 정유사의 영업익 적자 전환도 불가피하다. 현재로서는 예측일 뿐 정확히 수출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모른다. 지난해 상반기 정도로 영업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올해 석유업계 가장 큰 리스크 요인과 해법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다. 이로 인해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수출은 감소하고 정유사 이익도 하락하는 과정이 되풀이 될 수 있다. 해법은 '투자'다. 현재 정유사들이 나름대로 머리를 싸매고 소위 '탈 화석연료'를 추구하면서 석유화학 쪽으로 사업구조 다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책금융, 녹색 정책금융이라고 해서 시설 투자하는 기업에 정책 자금을 부여하는데, 정유사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임기 내 정유사들도 녹색금융혜택 대상 기업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는 납득과 이해를 시켜서 정유업계가 제대로 역할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유사들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약력 △1949년 전남 보성 △광주고 △서울대 법대 △제16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 △서울지검 검사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16, 18, 19, 20대 국회의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제20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국민의힘 광주전남 총괄선대위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대한석유협회장(현)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