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대전ㆍ충남=뉴스1) 이찬선 기자 = ◇질 나쁜 인구증가…'인구 양극화' 초래
지난해 말 충남도 인구수는 212만3037명으로 전년 211만 9257명보다 3780명 증가했다. 특히 9년 전보다 7만5406명이 늘어 3.7%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천안과 아산 등 일자리가 많은 충남 서북부 지역의 인구는 증가한 반면, 중소도시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며 인구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 기간 천안시 인구는 2013년 59만1089명에서 2022년 65만7559으로 11.2% 증가했고, 아산 16.5%(28만7073→33만4539명), 서산 6.4%(16만5837명→17만6413명), 당진 5.4%(15만9615명→16만8253명) 등 4개 시군이 충남 인구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공주시가 11.9% 감소한 것을 비롯해 보령 7.4%, 논산 10.5%, 금산 9.6%, 부여 14.1%, 청양 5.9%, 예산 9.2% 등 중소도시의 인구는 대부분 감소했다. 홍성군은 내포신도시 개발로 9.3%, 계룡시는 국방산업 영향으로 8.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충남의 '인구 양극화' 심화는 수도권과 인접한 북부권과 서남부권 불균형이 초래한 영향 때문으로 진단한다.
◇합계출산율 대부분 지역 감소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충청권에서의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세종 1.12명·대전 0.84명·충남 0.91명·충북 0.87명이다. 충남은 지난 2020년 1.03명에서 2021년 0.96명으로 하락해 0.91명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엔 0.8명대 진입이 예상된다.
충남의 출생아수는 2017년 1만5670명에서 2018년 1만4380명, 2019년 1만3228명, 2020년 1만1950명, 2021년 1만984명, 2022년 1만218명으로 1만 명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충남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1.28명으로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뒤, 2018년 1.19명, 2019년 1.11명, 2020년 1.03명, 2021년 0.96명으로 떨어지며 1.0명대가 무너졌다. 2022년 0.91명으로 또다시 떨어지면서 0.9명대 방어선마저 무너지기 직전이다.
일자리와 산업 경제기반이 양호한 충남의 대도시도 출산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도내 15개 시군 중 합계출산율은 천안시가 2021년 0.94명에서 지난해 0.91명으로 하락하면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어 공주시는 0.87명→0.83명 △서산 1.18명→1.21명 △논산 0.96명→0.88 △당진 1.18명→1.11명 △금산 0.92명→0.87명 △서천 1.12→0.96명 △홍성 1.12명→0.92명 △서천 1.05명→0.90명 등 9개 시군이 감소했다.
소폭 증가한 곳은 △아산 0.90명→0.91명 △보령 0.96명→0.97명 △계룡 0.83명→0.89명 △부여 0.68명→0.75명 △예산 0.78명→0.83명 △태안 0.88명→0.89명 등 6곳이다.
합계출산율 1.0명을 상회하는 지역은 서산(1.21명)과 당진(1.11명) 2곳에 불과하다.
충남도의 저출산 인구쇼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은 성장률 하락과 직결된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지역 소멸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청년 인구감소 지속…경제활동 위축
경제활동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충남의 청년 인구수(19∼39세)도 최근 3년간 감소세다. 2019년 61만9382명이던 청년은 2020년 59만3352명, 2021년 57만4978명으로 줄었다. 청년 비중도 2019년 28.3%에서 지난해 26.4%로 감소했다.
장래 유소년 인구감소도 충남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충남도의 15개의 시·군 장래인구추계(2020~2040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소년은 2020년 28만 명(12.7%)에서 2050년 19만 명(8.5%)으로 줄어들고, 학령인구(6~21세) 역시 2020년 34만6000명에서 2040년 20만3000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2020년 151만 명(69.4%)에서 2050년에는 106만 명(48.5%)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39만 명(17.9%)에서 2035년 71만 명(31.7%), 2050년에는 94만 명(43.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중도 2020년 2.18%에서 2040년 5.67%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 및 고령자 인구를 의미하는 총부양비는 2020년 44.2명(유소년 18.4명, 노년 25.8명)에서 2050년 106.1명(유소년 17.4명, 노년 88.6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2040년 인구도 '암울'…북-남권 양극화 가속
장래 시군 인구수 변화도 인구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충남도의 15개의 시·군 장래인구추계(2020~2040년) 보고서에는 2040년 7개 시·군은 인구증가가 예상된 반면 8개 시군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충남 전체 인구는 2020년 217만 명에서 2040년 225만 명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 성장은 생산인구 정체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 전체 인구는 2020년 217만7000명에서 2040년 225만5000명으로 7만8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남-북간 인구 편중은 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천안시는 2020년 68만1000명에서 2040년 72만7000명으로, 아산시는 2020년 33만9000명에서 2040년 38만5000명으로, 서산시는 2020년 17만6000명에서 2040년 18만9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청양군은 2020년 3만 명에서 2040년 3만2000명으로, 태안군은 2020년 6만1000명에서 2040년 6만5000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남부와 내륙권인 공주시는 2020년 10만9000명에서 2040년 10만3000명으로, 보령시는 2020년 9만9000명에서 2040년 9만3000명으로, 논산시는 2020년 12만 명에서 2040년 10만9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권역별로는 △북부권(천안‧아산‧서산‧당진)은 2020년 136만5000명(62.7%)서 2040년 147만5000명(65.4%)으로 △내륙권(공주‧계룡‧청양‧홍성‧예산)은 2020년 36만1000명(16.6%)에서 2040년 35만5000명(15.8%)으로 △서해안권(태안‧보령‧서천)은 2020년 21만2000명(9.7%)에서 2040년 20만6000명(9.1%)으로 △금강권(금산‧논산‧부여)은 2020년 23만9000명(11.0%)에서 2040년 21만8000명(9.7%)으로 차이를 보이며 인구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도내 경제와 산업이 집중돼 있는 서북부벨트(천안‧아산‧서산‧당진)의 인구 비중은 2020년 62.7%에서 2040년 65.4%로 2.7%p 높아지고 남부권의 도내 인구 비중은 30%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인구를 연령 순서대로 세웠을 때 정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인 ‘중위 연령’도 높아져 2020년 44.1세에서 2050년 60.0세로 향후 30년 새 15.9세 높아질 전망이다. 청년의 실종과 극심한 고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 기준 중위 연령은 서천군이 68.5세로 가장 높았고, 60대는 금산군·홍성군·논산시·보령시·공주시·예산군·태안군·청양군·부여군, 50대는 아산시·계룡시·서산시·당진시, 40대는 천안시가 유일했다.
◇충남도, '청년 유입'에 사활
충남도는 인구소멸 위기 탈출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강구하고 있다. 출산장려 및 출산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난임부부 한방치료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임산부 우대적금 이자 지원 사업도 펼친다. 또 2자녀 이상 출산 산모를 대상으로 다자녀 맘 산후 건강관리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올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987억원)을 활용한 지역개발 등 지역균형발전사업도 벌인다.
귀어‧귀촌 프로그램을 가동해 귀어 주거 공간 조성과 주말 양식장도 운영한다. 충남정착 귀어인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646명의 귀어인을 유치해 전국 2위다.
특히 충남도는 2025년까지 총 436억원을 들여 서산 AB지구에 330만㎡규모의 스마트팜 영농단지를 조성하고 청년농업인 정착을 추진 중이다. 영농단지 내에는 10만㎡ 규모의 스마트팜을 설치해 청년들에 임대하고 보금자리 주택도 마련한다.
김태흠 지사는 “매년 300명씩 청년들에게 농지와 자금을 제공하고 영농 교육과 실습을 통해 농업 창업과 농촌 정착을 위해 1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시군 인구 늘리기 '백태'…시군 통합 제기까지
공주시는 인구 10만2571명으로 10만 명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10만명이 무너진 보령시(9만7157명), 5만명 붕괴 직전의 금산군(5만92명), 3만명 붕괴 직전의 청양군(3만266명) 등 모두 인구 늘리기에 총력이다. 10만명이 무너진 홍성군(9만8068명)이나 5만명 선이 붕괴된 서천군(4남9964명) 등 시군 마다 다양한 인구정책을 꺼내들고 있다.
청양군·서천군 등 지자체는 출산 장려금을 3000만원 이상 지급하고 있다. 예산군도 올부터 첫째 아이를 낳을 경우 장려금을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렸고,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 다섯째 이상 3000만원을 지원한다. 예산군은 인구 8만 명 탈환을 목표로 인구늘리기 원년을 선포했다.
올 들어 예산군 인구는 아파트 입주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인구가 766명 증가한 7만9571명을 보이고 있다. 군은 지속적인 인구증가를 위해 인구청년정책팀을 인구정책대응팀을 신설하고, 내포 공공기관 유치, 산업단지 조성과 인구유입을 위한 대응 조례도 손질했다.
5만명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금산군은 명운을 걸고 인구 5만 수성에 나섰다. 출산지원금 및 결혼축하금 지원, 보육지원, 전입 및 귀농인 지원, 행복출산 원스톱서비스 등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으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심정수 금산군의회 의장은 지난 1월 금산군의 대전 편입을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심 의장은 “금산의 5만명 인구가 붕괴 직전”이라며 “2만 인구로 감소한 경북 군위군이 대구 광역시로 오는 7월 통합 편입된다. 금산의 살길은 대전 편입”이라고 말했다.
인구 10만이 붕괴된 홍성군도 내포신도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가 공공기관 유치와 내포국가산단이 이뤄지면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에는 내포지역 기업체와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입에 동참을 호소하는 서한을 발송하며 인구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시 승격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갖 인구유입 운동에도 인구가 늘지 않자 홍성군과 예산군 통합 발언도 터져나왔다. 충남도의회 이상근 의원(홍성1·국민의힘)은 지난 8일 본회의 5분발언에서 “저출생·고령화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며 “홍성과 예산의 행정통합이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충남 시장 군수협의회에선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5촌2도 캠페인’ 전개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5촌2도 캠페인은 정부의 2촌5도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정책의 구체적 전개를 촉구한 것이다.
이날 박상돈 시군협의회장(천안시장)은 “'내 고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지방소멸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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