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지난 7일 오후 3시에 찾은 울산 남구 모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노란 팻말이 곳곳에 있었다.
교통사고로부터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구 앞 도로 반경 300m가량에 설정된 이른바 ‘스쿨존’이란 표시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1995년 도입된 ‘스쿨존’에서는 모든 차량이 시속 30㎞ 이내로 운행 속도를 제한 받고 주·정차를 할 수 없다. 사람이 없더라도 횡단보도에서는 반드시 정지한 뒤 움직여야 한다.
이런 법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스쿨존’에는 CCTV를 설치해 차량 불법행위를 24시간 감시하고 단속한다.
이날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놀고 있던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에게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겪은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여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예”라고 답변했다.
‘스쿨존’에서의 차량 불법행위의 철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다소 뜻밖의 대답에 그 이유를 다시 물었다.
그 이유는 자동차가 아닌 ‘오토바이’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특히 하교 때 골목 곳곳에서 스쿨존으로 갑자기 빠르게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학생은 이런 배달오토바이에 부딪혀 사고를 당할 뻔한 적도 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토로했다.
학교 주변 ‘스쿨존’에서 자동차가 아닌 오토바이가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말 터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문화’가 급속히 확산한 것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배달문화’의 주역인 오토바이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학교들은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
현행 배달시스템이 오토바이들이 특정식당에 채용돼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배달 건수에 따라 돈을 벌기 때문에 속도를 더 빠르게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배달문화’ 확산으로 늘어난 오토바이들이 주택가와 인접한 학교 앞 스쿨존을 마구잡이로 누비면서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지만 대책은 부재한 상태다.
현행법상 스쿨존의 규제대상은 차량에 국한되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스쿨존에서 속도 제한 등의 제재조차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뒤에 스쿨존구역의 카메라 단속도 비껴가기 십상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울산경찰 관계자는 “현재 스쿨존에서 오토바이 단속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오토바이 단속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스쿨존에서의 오토바이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어린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 모씨(55)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급속히 늘어난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택가 골목은 물론 학교 앞 스쿨존을 질주하고 있다”며 “어린 아이들은 위험에 대한 인지가 떨어져 교통사고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교통사고가 크게 발생하고 이슈가 있을 때만 계속 정부 정책이 덧붙여지는 사후 처방이 나오고 있다”며 “사전 예방적인 관점에서 스쿨존에서의 오토바이 대책 법안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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