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소년 모텔' 룸카페… 단속에도 밀실 찾는 10대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8 17:58

수정 2023.03.09 21:08

신·변종 룸카페 특별단속 한달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지정
업주들 "매출 30% 줄었다"
일부는 "단속기간만 버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룸카페의 한 호실 전경. 사방이 막혀있고 내부에 침구류와 거울 등이 설치돼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룸카페의 한 호실 전경. 사방이 막혀있고 내부에 침구류와 거울 등이 설치돼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 지난 7일 밤 강남구 강남역 인근 A 룸카페. 점원이 손님을 맞이하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앳돼 보이는 남녀가 멈칫 하더니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한명이 "그냥 나가자"고 하더니 둘은 룸카페를 떠났다. A룸카페는 복도에 미닫이 문이 달린 방들이 늘어선 형태였다. 이른바 '밀실형 룸카페'다.
1인당 1만원만 내면 3시간을 머물 수 있다. 방문을 열자 TV와 책상, 두루마리 휴지가 비치된 공간이 보였다. 한쪽 벽면은 전부 거울이었다. 룸카페 점원은 "정부가 룸카페 집중 단속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다"면서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후 신분증 확인을 하고 있지만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어린 친구들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 곳곳에서 '신·변종 룸카페' 특별단속에 나선 지 한달이 됐다. 밀실형 룸카페는 정부가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 제재 전까진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컸다고 한다. 장사가 잘 안되자 일부 업주들은 비용을 들여 개방형 룸카페 형태로 공사중이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룸카페를 단속중이다. 업주들은 오는 손님들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속이 끝날 경우 이들 유해업소에 다시 청소년들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업주들 사이에선 "단속기간 동안만 버텨보자"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밀실' 찾는 청소년들

이날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이 단속한 룸카페는 총 5곳이었다. 이 가운데 4곳은 청소년 유해업소다. 나머지 1곳은 여가부의 지침에 따라 내부 시설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었다. 여가부가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는 청소년 출입금지 시설의 형태로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 적시돼 있다. 또 화장실과 욕조 등을 별도 설치하거나 침대와 침구 등을 비치해서는 안 된다.

A 룸카페 출입문엔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 업소'표시가 붙어있었지만 여전히 미성년 커플이 입실을 시도했다. 업주의 신분증 요구만 아니면 버젓이 이용하겠다는 의도다. 교복을 입은 남녀는 B 룸카페 출입문에 출입금지 표식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단기 효과에 그칠 우려

유해업소로 지정된 룸카페에 찾아오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았다. 단속이 집중된 까닭이다. 하지만 단속의 효과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매출 급감에 따른 업주의 불만이 커서다. 청소년 유해업소에서 미성년자를 받을 경우 적발되면 '청소년보호법'을 적용 받는다. 해당 룸카페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B 룸카페 업주는 "솔직히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성년자 손님을 받았고,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유해업소로 지정된 후 매출 30%가 하루 아침에 빠지다 보니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질 당시까지만 해도 정부가 사교 장소로 룸카페 등 개인실을 쓰라고 권유했었다"면서 "이제 와서 룸카페를 '미성년자 탈상'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C 룸카페 업주는 "서울시와 지자체, 경찰까지 나서 단속을 오고 있다"며 "단속하면 가게가 많이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있는 손님들이 동요한다. 그나마 있던 성인 손님들마저 발길을 끊을 판"이라고 불평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워트 대표는 "일률적 규제보다는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며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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