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충남서 개들 굶겨 죽인 70대 애니멀호더 이어 양평서 개 1400마리 이상 아사
정부, 무분별한 반려동물 판매 집중 점검
정부, 무분별한 반려동물 판매 집중 점검
[파이낸셜뉴스] 애니멀 호더는 동물(Animal)과 수집가(Hoardor)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수집하듯이 모으는 것을 말한다. 다견 다묘를 키울 순 있지만 능력 이상으로 많은 동물들을 수집하고 방치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애니멀 호더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1400여구가 넘는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사체 수가 300~400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당 뒤편에서 수백여구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최악의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고물상을 운영하던 60대 남성 A씨는 3년 전부터 유기견 등을 집으로 데려온 뒤 밥을 주지 않아 굶겨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유기견 수백 마리를 아사시킨 혐의를 받는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치하기 곤란한 개들을 처리해 주는 대가로 한 마리당 1만원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데리고 온 개들에게 밥을 주지 않은 이유로는 비싼 사료 가격을 꼽았다.
A씨가 먹이를 주지 않고 방치해 굶주리던 개들은 서로의 몸을 뜯어 먹으며 죽을 때까지 버틴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집 마당에 있는 고무통과 두 개의 커다란 물탱크 안은 백골 상태의 개 사체로 꽉 차 있었고, 이미 썩어 형체가 사라진 채로 마당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개 사체도 수백구였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현장에서 구조한 4마리 중 1마리는 사체가 방치된 더러운 환경에서 양육돼 생식기가 괴사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사건은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충남 태안에서 애니멀 호더에 의해 굶어죽은 개들이 수십여마리로 알려졌다. 70대 할머니 B씨는 후원받은 사료가 곳곳에 쌓여 있지만 적절한 사육·관리를 하지 않았다. 동물단체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갓 태어난 어린 강아지는 어미가 죽은 줄도 모른 채 사체에 매달려 있었으며 심지어 해당 시설은 불법 가건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에는 경기 평택시의 한 단독주택에서 장모 치와와종 60여마리가 사육되다 발견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평택시 등에 따르면 오물이 가득해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공간에 수십여마리의 치와와들이 옴 진드기 피부병에 걸려 있었고 일부 개들은 출산을 앞둔 상태였다. 개들은 대부분 성대수술이 돼 있어 짖지도 못했고 앞을 보지 못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등 장애를 가진 개들도 있었다. 바로 옆에는 방치된 개 사체도 발견됐다.
정부는 ‘강아지 공장’을 없애기 위해 동물생산업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신규 시설의 경우 바닥이 망으로 된 사육시설인 ‘뜬장’설치도 금지했다. 또한 반려동물 판매자는 ‘동물판매업’ 등록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처럼 무허가 영업시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다음 달 동물보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반려동물 영업장을 대상으로 점검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반려동물 영업관리 강화를 위한 '2023년 반려동물 영업자 점검계획'을 마련해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무허가·무등록 영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벌금 500만원 수준으로 약하고 영업장 폐쇄 등 강제조치 규정이 없어 불법·편법영업 행위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영업장에 대한 점검·단속이 허가·등록업체에 대한 시설 및 인력기준에 대한 점검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영업장에서 발생하는 학대 행위와 소위 신종 펫샵 등 편법영업에 대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농식품부 측은 "반려동물 영업자 점검체계를 개편하고 무허가·무등록, 편법 영업행위 등을 실효적으로 단속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단체 등 현장 전문가를 포함한 기획점검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오는 4월2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강화되는 시설 및 인력 기준과 영업자 준수사항 이행 여부도 중점 점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돌물보호법 주요 개정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반려동물 영업 관리가 강화된다. 수입·판매·장묘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고 △생산·수입·판매업 거래내역 신고제 도입 △영업장 폐쇄 조항 신설 △노화·질병 있는 동물의 유기·폐기 목적 거래 금지 및 인위적 발정 유도 금지 신설 △CCTV 설치장소 구체화 등이 추가다.
반려동물 불법·편법 영업 처벌도 강화된다. 무허가·무등록의 경우 기존 벌금 500만원에서 앞으로는 징역 2년 또는 1년 또는 벌금 2000만원 또는 1000만원으로 바뀐다.
신설된 조항은 △2개월령 미만 개·고양이 판매 벌금 300만원 △월령 12개월 미만 교배·출산 벌금 300만원 △인위적인 발정 유도 벌금 500만원 △시설·인력기준 및 영업자 준수사항 미이행 과태료 500만원 등이다.
송남근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반려동물 영업자 점검을 통해 불법·편법 영업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반려동물 영업활동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영업자 점검과 편법영업 활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추가적인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검토하고 상반기 내 반려동물 영업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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