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음악이 있는 여행' 3월 추천지
봄바람이 휘날리면 괜스레 몸도 마음도 들뜬다.
어디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저절로 흥얼흥얼거리면서 몸이 들썩거린다.
음악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를 보듬고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친구가 돼준다.
바늘과 실처럼 여행에 음악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따사로운 햇살처럼
포근한 추억을 남겨줄
낭만적인 음악 여행지는 어디일까.
한국관광공사가 3월의 테마로
'음악이 있는 여행'을 선정하고
서울 하이커그라운드를 비롯해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통영 국제음악당
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추천했다.
1. 한곳에 즐기는 K콘텐츠, 서울 하이커그라운드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 관광 홍보관 '하이커그라운드'는 봄햇살을 받으며 청계천변을 걷다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1층 초대형 미디어 월에서 국내 관광지의 풍광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이커(HiKR)는 '한국(KR)이 건네는 반가운 인사(Hi)'를, 그라운드는 '지구촌 여행자들의 놀이터(Playground)가 되겠다'는 뜻이다.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1~5층을 쓰고 있는 하이커그라운드는 K팝,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음악과 관광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2층 케이팝그라운드는 뮤직비디오 무대장치 같은 공간에서 K팝을 듣고, 춤추고, 사진이나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하이커그라운드를 알차게 즐기려면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두 번 진행하는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좋다. 하이커그라운드를 둘러보고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덕수궁으로 발걸음을 옮겨 대한제국역사관을 둘러보고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이동해 서울의 근현대사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2. 뷰 좋고 오디오 빵빵, 파주 황인용뮤직스페이스·콩치노콩크리트
아기자기한 카페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경기도 파주는 듣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에 최적의 장소다.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는 음악 감상 전용 공간이다. 디지털 음원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공간에서 느끼는 감동은 디지털 음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카메라타가 파주 음악 감상실의 터줏대감이라면, 콩치노콩크리트는 떠오르는 스타다. 두 곳 모두 최상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자랑한다. 1920~30년대를 풍미한 미국 웨스턴일렉트릭과 독일 클랑필름의 극장용 대형 스피커가 그 주인공이다. 디지털 음원이 재현할 수 없는 날것의 매력이 많은 여행자를 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로 이끈다.
3. 골목 가득한 뮤지션의 향기,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대구 중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는 한 시대를 보듬은 뮤지션의 온기가 묻어난다. 김광석은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다. 유년시절 뛰놀던 골목에 그의 목소리와 미소를 빌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됐다. '기다려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을 노랫말과 더불어 벽화로 꾸미고, 김광석의 모습과 조형물, 주옥같은 노래로 길목을 채웠다. 김광석스토리하우스에서는 그의 학창시절 사진과 콘서트 영상, 음반을 만날 수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연중무휴 무료 방문이 가능하다. 동성로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1957년부터 3대를 이어왔다. 클래식 동아리 회원들이 교류하던 공간으로, 복고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았다. 운영 시간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대구 중구는 곳곳에 선율이 깃든다. 향촌동에 자리한 녹향은 1946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고전음악 감상실이다. 100년 세월을 간직한 도심 골목인 진골목에는 올드팝이 흐르는 미도다방이 있다. 쎄라비 음악다방 창 너머로는 대구 최초 서양식 건물인 계산동성당(사적)도 볼 수 있다.
4. 눈부신 바다와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 통영국제음악당
경남 통영의 봄바다는 클래식과 어울린다.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통영국제음악당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킨다. 특히 올해로 21회를 맞은 2023 통영국제음악제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열린다. 이 음악제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국제적 규모의 클래식 페스티벌이다. 통영국제음악당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해 조망이 훌륭하다. 콘서트홀 로비는 공연이 없는 날에도 개방한다. 볕이 잘 드는 로비에 앉아 '바다 멍'을 즐기면 몽글몽글한 감성이 샘솟는다. 윤이상의 삶과 음악을 살펴보려면 윤이상기념관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사진과 친필 악보, 생전에 연주하던 첼로 등을 전시하고 베를린 자택에서 사용하던 가구, 음반, 책 등을 가져와 서재와 응접실도 재현했다. 월요일엔 휴관하고, 입장료는 없다. 가까운 서피랑공원도 가볼 만하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서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항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랫동네엔 윤이상이 학교 다니던 골목도 있다. 미륵산 가는 길목 봉수골에서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고, 봉수1길에 있는 독립서점 봄날의책방과 전혁림미술관도 들려보자.
5. 트로트 팬 모여라, 영암 트로트가요센터
전남 영암 월출산 기찬랜드 안에 자리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대중음악 대표 장르인 트로트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1층에는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트로트의 역사를 시대별로 전시한다. 옛날 음악다방처럼 꾸민 공간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감상하거나 애창곡을 부르며 숨은 실력도 뽐낼 수 있다. 가요센터 2층은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68)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무대의상과 신발,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등 60년 남짓한 노래 인생의 모든 공적이 담겨 있다.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은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을 즐기는 곳이다. 여기선 소뿔과 순금으로 제작한 국내 유일한 화각 가야금도 볼 수 있다. 영암곤충박물관은 아이들과 동행하기 좋은 곳이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은 물론, 살아 있는 곤충과 파충류를 관찰하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벚꽃이 아름다운 왕인박사유적지도 봄나들이 코스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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