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극성 지지자들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을 넘어 카메라를 들고 해당 의원들을 실제로 따라다니며 막말을 퍼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끝난 후 국회 본청 계단을 내려오다가 한 남성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자신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소개한 해당 남성은 강 의원을 쫓아가며 “와, 대단하다. 당당하다. 도대체 대표님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등에 칼 꽂으시고. 예?”라고 물었다.
이 남성은 이어 반말로 “왜 배신하고 ‘수박’이냐고. 응? 강병원. 대답해. 강병원. 뭐가 잘나서 뻔뻔하게 걸어가냐”고 항의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비이재명계 인사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겉은 민주당이어도 속은 다르다는 뜻이다.
박용진 의원도 비슷한 일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 대표 지지자는 박 의원을 따라가며 “한 말씀만 해주세요”라고 하다 답이 없자 “어? 박용진, 박용진” 하며 소리를 질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는 수박 모자를 쓰고 온 당원들이 김종민 의원 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년 총선에선 낙선하라”며 사진을 찍어댄 것으로 알려졌다.
설훈 의원도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천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장에서 민주당 강성 지지자 상당수가 참석해 “이 대표와 함께하라”는 요구가 이어져 진땀을 뺐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개토커(개딸 스토커)’ ‘개파라치(개딸 파파라치)’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조선일보에 “전화, 문자 폭탄으로 공격하는 걸 넘어서 직접 찾아와서 반말로 욕설을 하는 급습을 당하고 있다”며 “개딸들이 수천 명씩 입당하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비명계는 이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비명계 재선인 김종민 의원은 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개인의 사법 문제를 당 지도부가 나서서 이 대표는 무죄라고 주장하는 게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겠는가”라며 “당이 마치 변호인처럼 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 외에 현재 민주당을 이끌 사람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가 없다고 민주당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인 한 사람한테 의존해 당을 끌고 간다, 선거에 임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친문(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에게는 진정한 지도자의 길을 걸으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그 길이 어디인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