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추진하는 법원, 반대하는 검찰[법조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2 14:57

수정 2023.03.12 14:57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규칙안 주요 내용
주요 신설 조항 검찰 등 수사기관 의견
법원이 필요시 압색 요건 심사 필요한 정보 아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음(58조의 2 신설) "피의자에 수사 정보 유출 우려, 신속한 수사 불가능"
전자정보 압수수색시 정보저장매체, 분석용 검색어, 검색대상기간 등 명문화(107조 제1항 2호) "암호처럼 위장한 파일명 유연하게 확보 못해 범죄 대응 역량 제한"
(대법원, 검찰 등)
[파이낸셜뉴스]대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도를 추진하자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 학계까지 "수사의 밀행성·신속성이 훼손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은 무분별한 압수수색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원안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檢, "수사사실 유출로 밀행성·신속성 훼손"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 9~10일 이틀간 충남 부여군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압수수색영장사전 심문제도' 도입방안을 논의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3일 형사소송법의 하위 법령인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검사도 심문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때 영장 청구서 기재사항에 압수수색할 정보저장매체,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 대상 등을 명문화 하도록 했다.

검찰·공수처·경찰 등 수사기관은 "시작도 전에 수사 사실이 유출돼 수사를 다 망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검은 지난 7일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될 염려가 있고 수사 지연 우려가 상당하다"는 일선 검찰청 의견을 모아 법무부에 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시 검색어와 검색 대상기간을 제한하는 내용과 관련해선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통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특정 내역이 담긴 파일에 일부러 오타를 내거나 자신들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으로 바꿔 저장한다"면서 "수사기관에게 미리 제출한 검색어로만 전자정보를 찾도록 하면 필요한 주요 정보를 유연하게 캐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관들 사이에선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자택, 휴대전화, 계좌 등을 파악하는 압수수색 역시 인신구속 못지않게 기본권 침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영장전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을 못 하면 수사 자체가 진행이 안 되다 보니 기각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기본권 침해...제동 필요"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구속영장 발부율과 10%포인트 넘게 차이난다. 지난해 구속영장은 2만2589건이 청구돼 1만8384건에 대해 발부되면서 발부율은 81.4%였지만, 압수수색영장은 18만1041건이 청구돼 91.7%에 달하는 16만6007건이 발부됐다. 10번 청구하면 9번 발부된다는 얘기다.

'쓸어 담기식'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법원 내부에서 꾸준히 거론돼왔다. 휴대전화, PC 등에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전자정보 압수수색만으로도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를 들여다보는 것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영장 발부 때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는 극히 일부 수사에만 한정될 것이라고 본다. 필요한 경우에만 사전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적 심문'을 전제로 하는 만큼 실제 심문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관들 시각이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필수적 심문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자의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극히 일부 사건 위주로 심문이 이뤄질 것"이라며 "압수수색영장 발부가 명백한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사전 대면 심문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종근당 압수수색 사건' 판결과 유사한 취지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검찰은 당시 종근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특정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복사한 후 정보를 뽑아냈다. 이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가 끝까지 참관하지도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검찰이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재복제하고 문서로 출력한 것은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고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압수수색 절차 전반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이 강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종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 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지정한 제3자로 한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어 기재 명문화 규정에 대해서도 마약 수사 등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 검색어 제한을 두지 않거나 광범위한 유형의 검색을 허용하는 영장 발부 등 유연한 영장 발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14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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